책상 위에 봉투가 놓여 있다.
하얀 종이 위에 귀욤귀욤 한 글씨.
“니체 쏭~♡
작지만 생활비 보내봅니다~ㅎㅎ
즐거운 한가위 보내세요~~♡”
순간 웃음이 났다.
막내가 언제부턴가 나를 ‘니체 쏭’이라 부른다.
처음엔 장난처럼 들려 쑥스러웠는데, 자꾸 듣다 보니
괜히 어깨가 으쓱해진다.
322일째 책상 앞에서 필사를 한다.
괴테를 지나 비트겐슈타인을 건너, 이제는 니체다.
그의 서늘하면서도 뜨거운 문장에 붙들려 있는 동안,
내 마음은 이상하게도 편안해진다.
그런 나를 보며 막내는 놀리듯, 또 다정하게
생활비에 ‘니체 쏭’이라는 이름표를 붙였다.
돈이 아니라,
고독한 시간을 함께 견뎌줘서 고맙다는 말 같다.
니체의 말처럼 초인이 되기는커녕
지쳐 무너져 있던 마음이
그 짧은 메모에 스르르 녹아내린다.
한가위 인사 몇 줄에 담긴 정이란 게,
이토록 든든하다니,
막내가 불쑥 건네는 이 따뜻함이
내 일상의 가장 귀한 위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