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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게 들은 충격적인 한 마디

by 서강


사랑은 시간을 거부하는 인간의 가장 아름다운 은유입니다.

이 시간의 무상함 앞에서, 우리는 종종 가장 가까운 이의 성장을 통해 삶의 역설적인 깨달음을 얻게 됩니다.

추석 성묘를 가는 길, 아들이 운전하는 차의 뒷좌석에 앉아 딸아이와 나란히 창밖을 보던 순간, 저는 이 주제를 아주 명확하게 직면했습니다.


그날의 햇살 아래, 딸이 불쑥 건넨 한 마디는 단지 철없는 농담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공유하는 삶의 시간이 영원하지 않다는, 그래서 더욱 처절하게 아름다운 진실을 향한 고백이었죠.


고대 로마의 시인 호라티우스가 '카르페 디엠(Carpe Diem)'을 외쳤듯, 진정한 삶은 지금,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이 찰나에 머물러야 한다는 메시지였습니다.


일상의 사물인 차창 밖을 관찰했습니다. 파란 하늘 아래 코스모스 꽃들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의미 부여를 원하듯 나지막이 속삭이는 가을의 노래 같았습니다. 길가에 피어난 여린 꽃잎 하나도 찰나의 아름다움을 간직하려 애쓰는 듯 보였습니다. 이 가을 풍경은 우리 삶의 아름답지만 짧은 시간을 그대로 삶의 비유로 보여줍니다.


어느덧 훌쩍 자라 가족과 떨어져 서울에서 혼자 생활하고 있는 딸의 손이 내 손을 꼭 쥐었습니다. 1993년 10월, 꼼지락거리며 내 새끼손가락 하나를 간신히 감싸던 기억이 선명합니다. 그때는 아이의 온몸이 나의 우주였고, 나는 그 작은 손을 잡고 세상 모든 고난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마치 근대 작가 알베르 카뮈가 그의 작품에서 인간의 '부조리'를 논했듯, 삶의 부조리함 속에서도 우리는 가장 사소한 접촉에서 가장 강력한 의미를 찾습니다.


딸이 말했습니다.


"엄마, 나한테 엄마 나이 좀 나눠줘."


딸의 갑작스러운 요청에 저는 짐짓 웃어넘겼습니다.


"엄마 나이를 네가 가지면, 너만 나이 먹잖아."


농담 같았지만, 제 안에서는 이미 무언가가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나이가 든다는 사실에 무덤덤했던 저였습니다. 그런데 딸아이는 달랐습니다. 그녀는 내 손을 더욱 단단하게 붙잡더니, 아주 조용하고 진심을 담아 속삭였습니다.


"엄마는 늙으면 안 돼. 나랑 같이 늙고, 같이 죽어야 해."


순간, 가슴 어디쯤이 뜨끈해지면서 동시에 서늘해졌습니다. 따뜻한데 시린 것, 기쁜데 슬픈 것. 이 복합적인 감정은 모순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애틋함’이었습니다.


소설가 김영하가 언급했듯, 모든 아름다운 것은 언젠가 사라지기에 더욱 빛나는 법입니다. 아이들이 다 자란 모습을 보는 것은, 그들이 이제 나의 울타리를 벗어나 스스로의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선언과 같습니다. 그 독립이 주는 대견함과, 이제 더는 '나만의 것'이 아니라는 쓸쓸함이 뒤섞여 파도처럼 밀려왔습니다.


딸의 요청은 사실, 그녀가 느끼는 불안과 깊은 사랑의 표현이었고, 저는 그 진실 앞에서 마음속 깊은 곳까지 젖어드는 변화를 느꼈습니다. 따뜻함과 시림이 교차하는 이 감정 속에서, 저는 중요한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저는 제가 늙는 것이 두렵지 않습니다. 다만, 아이들이 어른이 되는 것을 지켜보는 일이 이토록 가슴 아픈 일이라는 것을 비로소 알았습니다. 성장한다는 것은 무엇입니까. 그것은 시간이 앞으로 나아간다는 명백한 증거입니다. 시간은 결코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우리가 지금 함께하는 이 공간, 이 시간, 이 대화가 당연하지 않습니다. 영원하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이 유한성(有限性) 때문에 모든 순간은 소중한 가치를 지닙니다.


딸이 제 나이를 나눠달라고 한 것은, 결국 저와 영원히 함께하고 싶다는 절실한 소망입니다. 이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이 이야기한 '아페이론(Apeiron, 무한한 것)'에 대한 인간의 본능적인 동경과도 같습니다.


우리는 유한한 삶 속에서 무한한 사랑을 꿈꿉니다. 딸의 눈동자 속에서 저는 이제 그녀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그녀가 걱정하는 나의 미래까지 보았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입니까. 남아 있는 시간의 여백을 후회 없이 사랑으로 채우는 것입니다. 우리의 삶은 짧습니다. 그러나 그 짧은 삶을 어떻게 밀도 있게 살아내느냐에 따라, 그 사랑의 밀도는 무한대가 될 수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 딸의 손을 잡고 있는 이 힘은 바로 영원을 향한 우리의 의지입니다. 우리의 이야기가 곧 역사입니다. 이제 곁에 있는 사랑하는 이에게 집중하세요. 딸이 나에게 나이를 나눠달라고 했던 것처럼, 우리는 서로에게 시간을 나누어줄 수 있습니다. 우리의 삶을 가장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은 돈이나 명예가 아닙니다. 바로 사랑하는 이들과 공유하는 시간입니다. 이 소중한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도록,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몇 가지 항목을 제안합니다.


유한한 삶을 무한한 사랑으로 채우기 위한 실천 방안

[대화 시작하기] 매일 저녁, 가족에게 "오늘 당신에게 가장 좋았던 순간과 아쉬웠던 순간은 무엇인가요?"라고 질문합니다. (각자의 감정을 공유하며 서로의 일상에 깊숙이 들어가는 연습입니다.)


[공유 시간 확보] 주 1회, 휴대폰 없이 1시간 동안만 함께하는 시간을 만듭니다. (산책, 차 마시기 등 간단한 활동이라도 좋습니다.)


[따뜻한 손길] 하루에 세 번 이상, 사랑하는 이의 손이나 어깨를 진심을 담아 따뜻하게 터치합니다. (비언어적인 방식으로 애정을 전달합니다.)


[나이 나누기] 부모님이나 자녀에게 어린 시절의 에피소드를 하나씩 물어봅니다. (시간의 연결고리를 만듭니다.)


어떠세요? 당신은 이미 시간을 되돌릴 수 없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당신의 사랑은 시간을 멈추게 할 힘이 있습니다. 지금 바로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의 눈을 바라보세요. 그리고 당신의 "나이"가 아닌, 당신의 "오늘"을 기꺼이 나누어 주겠다고 말해주세요. 그 작은 용기가 당신의 삶을 영원한 축제로 만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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