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난다. 속에서 불이 나는 듯, 가슴이 답답하고 온 몸이 뜨거워진다.
수증기를 뿜어대는 끓는 주전자처럼 호흡은 가빠진다.
눈과 입 주변에는 힘이 들어가고 두 주먹을 불끈 쥔다.
눈 앞에 있는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고 싶은 욕구가 든다.
내가 겪고 있는 이 감정의 파동을 나눠주고 싶은 못된 마음이 든다.
하지만 이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순간, 불은 조금씩 사그라든다.
화를 참고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인정하고 바라봐주는 것이다.
그 순간, 소화기를 뿌린 것처럼 타고 남은 검은 재들만 남는다.
가벼운 바람에 흩날려갈 그런 것들만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