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 날에 걸리는 감기가 더 아프다.
찌는 듯한 더위에 인공적인 바람을 오래 쐬다보니
어느새 콧물과 기침이 찾아온다.
하루종일 누워 있으려니, 또 다시 찾아오는 더위와 습기에 식은땀이 난다.
조금 더 어릴 때는 최대한 약을 먹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이겨내려 했다.
어린 날의 치기였을까.
이제는 약을 챙겨먹지 않으면 아픔이 더욱 무겁게 느껴진다.
온 몸에 무거운 추를 달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잃어가는 미각 속에 가까스로 끼니를 떼우고, 약을 챙겨 먹는다.
머리는 몽롱해지고 몸의 곳곳이 웅웅거린다.
가만히 누워있으니 취한 것처럼 세상이 빙글빙글 돌아간다.
비를 흠뻑 맞은 날처럼 젖은 몸으로 잠을 깬다.
목은 계속 아프지만 병마가 어느 정도 달아난 것이 느껴진다.
더운 여름날을 무거운 몸으로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