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서기
우리는 무엇이든 '함께' 해오며 살아왔습니다. 밥도 같이 먹고 잠도 같이 자고 심지어는 화장실도 같이 가죠. 항상 대화가 끊기지 않고 말을 해야 하는 입과 들어줘야 하는 귀, 반응을 해주어야 하는 안면 근육은 조금 씩 피로해져 갑니다. 가끔 '혼자' 있는 사람이 보이면 이질적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무언가 다른 행동을 하고 있는 것만 같아요. 철 없던 시절에는 '저 사람 혼자 왔나봐' 라며 수근대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혼자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이 참 대단해보여요. 혼자 식당에 가서 밥을 먹기도 하고,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보기도 합니다. 다른 사람과 함께일 때에는 상대방의 취향을 고려해야 하죠. 먹고 싶은 메뉴가 아님에도 함께 시키기도 하고, 보고 싶은 영화가 아니더라도 '함께'라는 의미를 위해 두 시간 가량을 참고 앉아 있어요. 하지만 혼자일 때에는 정말 내가 먹고 싶은 것, 보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게 돼죠.
그래서 가끔은 혼자가 되기로 했습니다. 이 시끌벅적한 세상을 살아가다가 혼자, 아니 어쩌면 자기 자신과 단 둘만 있는 시간을 한 번 가져보았습니다. 내가 이런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었고, 어떤 상황에서는 저런 감정을 느낀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내면에서부터 솟아오르는 감정에 집중할 수 있었죠. 다른 사람들이 정의하는 것이 아닌, 스스로를 정의할 수 있게 되었어요.
처음 시도할 때에는 굉장히 낯설었어요. 밥을 먹으면서 대화를 할 수도, 지금 느끼는 감정을 누구에게 공유할 수도 없었으니까요. 내가 어릴 적 바라보던 이방인이 된 느낌이었어요. 민망하기도 하고, 조금은 외롭기도 했습니다. 누군가와 항상 함께 살아가던 세상에서, 혼자 무인도가 된 것 같았어요. 괜히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며 다시 사람과의 관계를 온라인 상으로라도 찾아보려고 하기도 했어요.
이제는 혼자 만의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충분히 즐길 줄 알게 되었어요. 그 동안 놓치고 살았던 '나'와 단 둘이 누릴 수 있는 값 진 시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죠.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다시 사람들과의 세상으로 돌아왔을 때마다, 한 층 더 성숙한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게 되었어요. 다음은 어떤 것을 혼자 해볼까 설레며 계획을 세워보기도 한답니다. 그래서 가끔은 외롭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