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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글 Jul 28. 2023

연극이 끝나고 난 뒤

혼자서 객석에 남아


연극이 끝나고 난 뒤

혼자서 객석에 남아

조명이 꺼진 무대를

본 적이 있나요




익숙한 가사다. 1980년 제4회 MBC 대학가요제에서 은상을 수상한 <연극이 끝난 후>의 도입부로 유명하다. 어떤 상을 받았는지가 뭐가 중요하겠는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기억에 남아 있는지가 중요할 뿐이다. 혼자 마지막까지 남아 텅 빈 무대를 바라보는 것은 관객 입장에서는 쉽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 얼른 현실 세계로 돌아가기 바쁘기 때문이다. 저 노랫말의 화자는 무대에 서는 배우, 혹은 어떤 한 부분의 스태프일 것이다. 자신이 만들었던 가상의 세상에 푹 빠져있다가 차가운 현실로 돌아오는 그 쓸쓸한 기분을 조금은 알 것만도 같다.


요즘 들어 연극과 뮤지컬에 푹 빠졌다. 대학로의 소극장에서부터 세종문화회관, 다양한 아트센터까지 그 규모를 가리지 않는다. 큰 것은 큰 대로, 작은 것은 작은 대로 각자의 매력이 있다. 그들이 가진 힘은 참 신비하다. 편집되고 보정된 영화나 드라마의 화면과 달리 배우들의 숨소리 하나하나, 손 짓 하나하나까지 우리는 볼 수 있다. 실수나 NG가 발생해도 재촬영하지 못 한다. 우리의 인생처럼 그대로 진행해나간다. 그 것이 발생할 확률을 최대한 낮추기 위해 수 많은 연습을 반복할 뿐이다.


가장 최근 관람한 것은 <쉬어 매드니스> 라는 한 연극이다. 살인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가진 추리극이지만 각종 유머와 배우들의 애드리브로 유쾌하게 극을 전개해나간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결말이 정해지지 않은 각본이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대본은 하나의 결말로 시작부터 끝까지 진행된다. 하지만 이 것은 관객들과 소통하며 관객들의 질문이나 대답에 따라 서로 다른 결말로 향하게 된다. 모든 결말을 다 보기 위해 수 차례 반복하여 관람하는 관객들도 많다는 듯 하다.


단순히 재미를 위해서라기 보다는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듯 하다. 인생을 살아가며 마주치는 수 많은 질문들에 대한 대답이 우리의 인생을 만들어나가고 있는 것을 아냐는 것을 말이다. 각자가 집중해서 보는 한 가지의 단서가 인생의 시나리오를 송두리 째 바꿔버릴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관람 티켓이 항공권의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은 그들이 만들고 있는 세상으로 초대를 하는 듯 하다. 우리의 세상으로 여행 와서 함께 살아가다가 다시 돌아가라는 듯, 여행을 갔다 오듯이 말이다.


배우는 가상의 캐릭터를 연기한다. 그 캐릭터에는 본래의 성격이 묻어 날까, 전혀 묻어나지 않을까.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 많은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 그 것도 하나의 연기의 일종이지 않을까. 우리의 본질은 어떤 것일까. 그 배우의 본질은 인물과 전혀 다른 것일까. 아니면 서로 알게 모르게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배우 최민식이 <악마를 보았다> 를 촬영한 후 엘레베이터에서 마주친 이웃 주민에게 살의를 느꼈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이다. 나는 나를 어떤 인물로 인식하고 있을까. 그 것은 내가 아는 나일까. 아니면 다른 사람들이 느끼는 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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