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우울 인생, 마침내 마주한 임계점
•우울증은 마음의 문제가 아니라 뇌의 비상사태입니다.
• 방치된 우울은 사소한 자극에도 일상을 붕괴합니다
돌이켜보면 저는 어릴 때부터 우울했습니다. 학교와 학원은 지겹고 답답했고, 그저 자유롭고 싶었습니다. 때로는 극단적인 생각까지 떠올렸지만, 그때는 우울이, 우울증이 무엇인지도 몰라서 그냥 그렇게 살았습니다.
정신과에 처음 갔을 때는 20대 초반이었습니다. 오빠는 나를 위로하며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래. 병원 가서 치료받으면 금방 나을 거야."라고 말해줬습니다. 당시에는 몰랐습니다. 그 감기가 이렇게 오래 지속될 줄은. 아니, 사실 감기가 아니라 평생 관리해야 하는 뇌 질환이었다는 것을요.
저는 20대 초반 우울증 진단을 받은 후에도 치료를 꾸준히 하지 못했습니다. 그때는 지금보다 정신과 진료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더 보수적이었고, 저 스스로도 우울증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습니다.
• 일시적인 해결책: 저는 우울증을 '일시적인 문제'나 '나약한 마음' 때문에 생겼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당장의 고통스러운 문제만 해결되면 나을 것이라고 믿었지만, 삶은 계속해서 새로운 문제들을 던져주었고, 우울증은 끈질기게 재발했습니다.
• 치료의 한계: 약을 먹어도, 상담을 받아도 금방 우울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할 때가 있었습니다. '이 병원/이 약은 나에게 안 맞는 건가?', '결국 의사 선생님도 내 병을 결코 낫게 해주지 못하는구나' 하는 실망감이 쌓였습니다. 결국 '내 우울증은 불치병인가?' 하고 포기하고 살았습니다.
그렇게 살던 어느 날, 또다시 삶이 던진 새로운 문제에 우울증은 순식간에 심해졌습니다.
마치 물이 가득 차 있는 컵을 머리 위에 두고 아슬아슬하게 살다가 돌멩이 하나가 컵 속에 떨어지자 물이 쉴 새 없이, 끝도 없이 쏟아지는 것 같았습니다.
아무리 막으려고 해도 막아지지 않았습니다. 업무 시간에도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물이 새듯 눈물이 쏟아져 업무를 수행할 수 없었고 일상생활도 힘들어졌습니다.
저는 무너진 파편들을 부여잡고 다시 정신과 진료실 문을 두드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제는 제발, 제대로 살아보고 싶다’는 간절함 마음으로 말입니다.
다음 회에서는 우울증에 왜 전문가의 진단과 치료가 필수적인지, 그리고 제가 깨달은 '완치' 대신 '관리'라는 새로운 개념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