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일으켜 세운 사소한 발걸음
•운동은 선택이 아닌 생존입니다. 건강한 몸은 우울이라는 만성 질환을 지탱하는 가장 단단한 뿌리가 됩니다.
•변화의 핵심은 무리하지 않고 작은 단위로 시작하는 것입니다. 작은 성취감이 뇌의 신경 회로를 다시 설계합니다.
지난 회에서 우울증 치료를 '완치'가 아닌 '관리'의 개념으로 받아들이게 된 이야기를 전해드렸습니다. 이제 이 '관리'를 위해 제가 시작한 구체적인 첫 번째 변화, '건강한 몸만들기'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우울증을 오래 앓고 있다면 이미 평생 관리해야 할 질병이 하나 있는 셈입니다. 여기서 몸이 약해져 다른 병까지 생긴다면 삶이 몇 배는 더 힘들어집니다.
저는 허약 체질에 저질 체력을 타고났습니다. 틈만 나면 누워 있어야 했고 오래 앉아 있지도 못했습니다. 시험공부도 침대에 눕거나 엎드려서 했을 정도입니다.
몸이 쉽게 피곤하니 작은 일에도 짜증이 잘 나고 부정적인 생각에 쉽게 빠집니다. 우울증에 걸리기 딱 좋은 유형이죠.
하지만 제가 몸소 실감하고, 과학적으로도 증명된 사실이 있습니다. 운동이 뇌의 노화를 지연시키고 뇌 기능을 활성화시킨다는 것입니다. 당연히 우울증 관리에도 효과가 있습니다. 규칙적인 운동은 세로토닌, 엔도르핀 등 기분을 좋게 하는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촉진합니다.
문제는 우울증을 앓고 있다면 이 운동을 시작하는 것 자체가 고통스럽다는 사실입니다. 몸을 일으킬 힘도, 의욕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원칙을 세웠습니다.
•정신과 약의 도움을 받으며 시작한다.
•시작은 무조건 가볍게, '나만의 최저 강도'로 시작한다.
우울증에 운동 부족인 사람이 갑자기 보통 사람들처럼 강도 높은 운동을 하면 몸만 아프고 '역시 난 안되나 봐...' 하는 좌절감만 심해집니다. 이 좌절감은 다시 우울증을 심화시키는 악순환을 만듭니다.
저의 '최저 강도'는 가벼운 산책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단 5분이라도 햇볕을 쬐며 걷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특히 봄이나 가을, 가벼운 산책은 저를 행복하게 만들었습니다.
•자연과의 교감
산책을 하며 자연이 뿜어내는 생명력을 온몸으로 느꼈습니다. 눈을 감고 꽃 향기, 흙과 나무 냄새, 시원한 바람, 공기 냄새를 느끼면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이 소중한 행복의 순간을 만끽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뇌에 긍정 신호 보내기
햇볕을 쬐는 것만으로도 수면에 중요한 멜라토닌 분비가 조절되고 세로토닌 분비가 활성화됩니다. 이는 뇌에 "지금 이 순간, 나는 안전하고 행복하다.'는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는 행위입니다.
5분 산책할 힘이 생기면, 10분도 할 수 있게 됩니다. 10분 산책을 할 힘이 생기면 20분도 할 수 있게 되고, 20분 산책을 할 힘이 생기면 30분도 할 수 있게 됩니다. 저도 5분 산책으로 시작해서 점점 시간을 늘려 나중에는 빠른 걸음으로 30분 산책하고 동산도 오를 정도가 되었습니다.
이 '작은 성취감'을 자꾸 느껴봐야 합니다. '나도 할 수 있어!' 이런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나에게 자꾸 주어야 합니다.
오래 걷는 것이 익숙해질 때쯤, 저는 다음 단계로 나아갔습니다. 이제 '살기 위해 억지로 하는 운동'이 아닌 '내가 즐길 수 있는 운동'을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운동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힘은 '즐거움'이기 때문입니다.
다음 회에서는 나에게 맞는 운동을 찾기 위해 겪었던 시행착오와 10여 년 동안 저를 괴롭히던 만성 통증을 해결해 준 발레 도전기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저의 이야기는 매주 [월·수·금] 오전 9시에 배달됩니다. 다음 주 월요일, 새로운 도전의 이야기로 찾아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