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될 사람의 일기

결혼 준비하고 안싸우는 사람이 있나요?

by seoha

몇 해 전, 친구와 사주를 보러 간 적이 있다. 점사를 봐주던 도사님이 한마디 하셨다.

“이 여자는 3계절도 안 보고 결혼을 하네?”


나는 절대 감정에 휩쓸리는 사람이 아니라며 콧방귀를 뀌고 나왔지만, 눈 떠보니 정말 3계절도 채 지나지 않아 결혼을 결심하게 됐다. 나와는 참 다른 사람이었지만, 그런 점들이 오히려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무엇보다 내가 힘들어할 때마다 괜찮다고 다독여주고, 끝까지 옆에서 응원해준 사람이었다. 연애를 하며 내가 서운하게 만든 적은 있어도, 그 사람은 단 한 번도 나를 서운하게 하지 않았다. 인간관계에서 늘 '기버’이기를 자처했던 나에게, 처음으로 사랑받는다는 게 어떤 건지 알려준 사람이었기에, 프로포즈를 받은 날 단 1초도 망설이지 않고 “오케이!”를 외쳤다. 그리고 바로 결혼 준비에 들어갔다. 연애 내내 다툰 적이 없었고, 나 역시 싫은 말을 꺼내는 걸 힘들어하는 성격이라 결혼 준비도, 결혼 생활도 둥글게 잘 흘러갈 줄 알았다.


그런데 의외로 나는 꽤나 욱하는 사람이었고, 세상 다정했던 예비 신랑 역시 꽤 고집 있는 사람이었다. 결혼 준비를 하며 다투고, 집안 문제로 또 다투고, 크고 작은 이유를 붙여 서로에게 툴툴거리며 상처를 주는 날들이 이어졌다. (솔직히 내가 더 상처를 많이 줬을 것이다.) 혼자 있을 때면 갑자기 몰려오는 서러움과 복잡한 감정이 극도로 차올라, 운전 중에도 울고, 버스를 타다가도 훌쩍이며 ‘이대로 괜찮을까’ 생각하곤 했다.


‘정말 우리, 이렇게 결혼해도 괜찮은 걸까?’


그렇게 감정을 꾹꾹 눌러 안고 지내던 어느 날, 또 한바탕 싸우고 울다 지쳐 잠이 들었다.잠귀가 어두운 내가 인기척에 눈을 떴는데, 싸운 와중에도 그 사람은 조심스레 내 이불을 덮어주고 얼굴을 살며시 쓰다듬은 뒤 거실 소파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이렇게 착한 사람에게 내가 너무 감정적으로만 굴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밤, 스스로가 참 한심하고 창피했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30년 가까이 살아오며 굳어진 습관과 생각들을 1년 안에 맞춰간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 '왜 나는 이런데 너는 아니야?' 서로의 차이를 받아들이기보다 끊임없이 비교하고, 말로 풀기 어려운 감정들을 꺼내며 무의미한 다툼을 반복했다.

‘내 말대로 되지 않으면 지는 것 같다’는 어이없는 마음, ‘왜 나만 포기해야 하지?’라는 억울함도 분명 내 안에 있었다.하지만 돌아보면, 서로에게 완벽한 결혼은 없다. 잠버릇이 고약한 나 때문에 침대로 오지 못하고 불편한 소파에 누운 그 사람에게도, 이미 수많은 포기와 배려가 있었을 테니까.


틈만 나면 “결혼 때려치우고 싶다”는 말을 내뱉기도 하지만, 사실은 혼자일 때보다 둘이 함께일 때 더 따뜻하고, 더 자주 웃게 된다는 걸 요즘 따라 자주 느낀다.저녁을 함께 만들어 먹으며 서로의 하루를 묻고, 밥을 다 먹고도 식탁에서 조잘조잘 이야기를 나누는 이 시간들이 내가 어렴풋이 꿈꾸던 ‘함께’의 풍경이라는 걸 알게 된다.


한동안은 그 사람을 ‘이해해야 한다’는 생각에 스스로를 몰아붙였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괜히 알 수 없는 서운함이 밀려오기도 했다 이제는 이해보다는, 그냥 ‘수용’이 맞는 것 같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서로를 바꾸려고만 하다 보면, 결국 답답함만 더해질 테니까.


오늘 저녁은 스테이크 덮밥. 내일 상견례를 앞두고 금기어 리스트와 부모님 입막음용 수신호도 미리 만들어둘 계획이다. 이런 소소한 일상들이, 우리의 결혼을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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