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괜찮냐고 물어본다.

내가 나한테 가장 많이 하는 말, 괜찮아?

by seoha

연초에 야심 차게 펼쳤던 다이어리는, 일과 결혼 준비에 쫓겨 어느새 책상 구석으로 밀려나 있었다. 하루하루를 버티듯 살다 보니, 다이어리에 마음을 담을 여유는 늘 후순위가 됐다. 하지만 이대로 흘러가다간, 또다시 연말엔 반성과 후회로 가득한 회고를 남기게 될 것 같아, 마음을 다잡고 다이어리를 꺼냈다.

조심스럽게 첫 장을 펼쳐, 1월부터 차근히 읽어 내려갔다. 하루하루 새로운 이야기들이 담겨 있을 줄 알았는데, 놀랍게도 모든 페이지의 시작은 똑같은 문장이었다.

"괜찮아? 괜찮아질 거야."

매번 조금씩 괜찮아지려는 순간, 새로운 문제들이 불쑥 나타났고, 그 앞에서 나는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울고, 또 스스로를 다독였다. 그렇게 스스로에게 건네던 위로는, 어느새 일상의 문장처럼 굳어버렸다. 단단한 줄 알았던 나의 마음은 사실, 온 힘을 다해 애써 버티고 있었던 거였다.

이사, 이직, 새로운 관계들. 쉼 없이 이어지는 변화 속에서 나는 꾸역꾸역 버텼지만, 사실 정말 괜찮지 않았다. 모든 상황이 내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고, 그 와중에도 ‘이 또한 배움이겠지’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괜찮지 않은 마음을 껴안고 살아왔다. 지난 기록들을 들여다보니, 그 사실이 더 선명하게 느껴졌다.

얼마 전, 공항에서 우연히 중학교 시절 친했던 언니를 마주쳤다. 정말 20년 만에. 여전히 예쁘고 반가운 얼굴을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그때 깨달았다. 내가 지금 얼마나 지쳐 있었는지를. 꽤 오래, 마음이 그을려 있었던 거다. 누구에게든, 어쩌면 나 자신에게조차.

사람들은 내게 예민해서 그렇다, 싫은 말 못 하는 성격 탓이라며 조언처럼 건네지만, 사실 그런 말은 필요 없다. 나는 나를 더 잘 안다. 조금씩 달라질 수는 있어도, 사람의 본질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새로운 환경에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필요하듯, 지금 이 시기도 어쩌면 결혼과 이직이라는 새로운 챕터로 나아가기 위한 ‘성장통’ 일지 모른다. 언젠가 이 숙제 같은 시간들이 지나고 나면, 다이어리 첫 문장엔 더 이상 “괜찮아?”가 아닌 “괜찮아졌어”라고 쓰게 될 날이 올 거라고, 그렇게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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