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김주환 교수님 특강을 들었던 적이 있다. 불안과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극대화되면 편도체가 활성화되는데, 편도체를 안정시키는 가장 강력한 방법 중에 하나가 용서라는 감정을 갖는 것이라고 한다. 최근 들어 감사,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해서는 많이 느끼는 것 같은데, 용서만큼은 좀처럼 쉽지 않다. 과거를 곱씹지 않기로 했지만 가끔 나를 힘들게 하고, 나를 화나게 했던 사람들이 떠오른다. 아직도 억울하기도 하고, 어떻게 나를 그렇게 힘들게 할 수 있는지 여전히 부아가 치민다. 시간이 지나도 분노의 감정은 좀처럼 바래지지 않는다. 그들을 신경쓰는 것 만으로도 나에게는 감정 낭비일 뿐이라고 스스로를 채근하지만,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고 하면 코끼리를 더 생각하게 되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늘 그런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우울해진다.
결혼을 앞두고 연락을 돌리려고 연락처를 쓱 볼 때마다 여러 감정들이 교차한다. 미처지우지도 않았지만 날 힘들게하거나 은연중에 상처준 사람들을 보면서 연락을 돌려야하나 고민이 많다. 상대는 잘 모를 수도 있는, 나만 아는 아주 작은 마음의 상처들때문에 선뜻 연락을 하기가 망설여진다. 사실 지나면 아무일도 아닐 거라 생각하고, 시간이 지나면 해결이 될거라 생각했는데, 용서의 감정은 내가 의지를 갖고 하지 않는 이상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남자친구이자 미래의 남편이 될 사람은 내가 사람에게 받은 상처를 잔뜩 끌어안는 모습을 보면서 이제는 조금 놓아보는 건 어떻겠냐고 이야기한다. 그의 삶을 가장 옆에서 지켜보면 나와달리 관계에 있어서 큰 기대도 원망도 없다. 어떻게 사람과의 관계를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할 수 있냐고 이야기하곤 했는데, 나와 극명한 차이를 보이는 이 부분에 있어서는 오히려 그가 정답에 가깝지 않았나 싶다.
카톡 연락처를 내려다보며 한명씩 용서하다보면 나의 예민하고 콩알같은 인간미가 조금은 느슨해질까싶어 연습하고 있다. 용서의 감정을 이해하다보면 나의 불안과 둘려움으로 활발하게 작동하는 편도체는 조금 안정화될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