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첩장을 돌리면 설렘보다 민망함이 더 크다. 바쁘다, 힘들다는 핑계로 닫아버렸던 그간의 나의 인간관계를 후회하면서 '갑자기 연락해서 좀 민망하네..'라는 멘트로 모바일 청첩장이란 총알 장전을 한다. 그나마 다행이면서도 감사한 건 염치없이 뒤늦게 연락을 돌렸을 때 환하게 반겨주는 사람들의 태도였다. 결혼식을 기점으로 인간관계가 많이 정리된다고들 하는데, 내 주변에 남은 사람들은 정말 선한 사람들이었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20대부터 30대 중반에 이르기까지 이직, 이사를 반복하면서 환경을 여러 번 바꾸었다. 그 안에서도 수많은 만남과 이별을 반복했다. 당시 각별했어도 현재는 인스타로 서로의 생사 여부만 확인할 정도가 된 사람들도 더러 있었다. 그들과는 그저 시절인연이었겠지 생각했지만 오랜만에 만나 이야기를 하다 보면, 그 속에서 당시 그 환경 속에 있던 나의 생각과 나의 페르소나가 어땠는지 떠오른다. 똑같은 나지만 지금과는 사뭇 달랐던 그때의 나.
방송을 했을 때는 오로지 방송국과 뉴스가 나의 대화의 주제였다. 만나는 사람들과의 이야기 주제도 그래왔다. tv에 나오는 사람이라는 알량한 자부심도 꽤나 컸다. 블록체인을 공부하고 싶다고 논스에 들어갔을 때 만난 사람들은 그 누구보다도 정이 많고 따뜻했지만 또 그만큼 야망도 가득한 사람들이다. 대한민국에서 제일 비싼 강남이란 동네에 살면서 어디든 손쉽게 갈 수 있고, 강남구민이라는 부심도 없잖았다. 그리고 그 커뮤니티 속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나도 뭐라도 된 듯한 사람이 된다. 지금 강사로서의 삶 속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오로지 교안 개발과 교육, 그리고 경기도민의 출퇴근의 고충에 대한 이야기가 오간다. 조금은 평범해져 버린 일상과 환경이 다소 아쉽긴 하지만...
생각해 보면 내 성격과 성향이 바뀐 시점들은 모두 환경을 바꿀 무렵이었다. 그 환경 속에서 나는 늘 파이팅을 다졌다. 물론 잘됐을 때도 있고, 그 길이 잘못된 방향이었다는 걸 뒤늦게야 알았을 때도 있다. 새로운 환경 속에서 나는 또 다른 나를 만들어내고, 그 방향으로 조금씩 더디게 성장해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 결혼을 앞두고 나는 안락한 가정의 일원으로서, 혼자가 아닌 든든한 남편이 있는 아내로서 새로운 환경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 속에서 나는 또 어떻게 자라날 것인지, 또 2년 후 일을 그만둔 이후에도 나를 어디로 데려갈 것인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