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수능을 치는 꿈

by seoha

주기적으로 꼭 꾸는 꿈이 있다. 시간은 다시 2011년으로 돌아가, 다시 재수생 신분으로 수능 시험장에 앉아있는 꿈. 어릴 적 내 인생 첫 실패를 맛봤던 혹독한 기억은 트라우마라는 이름으로 종종 내 마음이 많이 약해졌을 때 파고든다. 이런 악몽은 또 너무도 생생하고 현실감이 있어 속절없이 당하고 있다가 '아차차, 이건 꿈이지!'하고 깨기 위해 발버둥을 친다. 꿈에서 깨면 다시 나의 마음상태의 안녕을 점검한다. '아 내가 지금 좀 불안한 상태구나.' 그날 아침은 늘 씁쓸함을 느끼며 시작한다. 아직도 해결하지 못한 나의 마음속 응어리라서.


나는 꿈을 정말 자주 꾼다. 친오빠는 꿈이 흑백이라고 했는데 나는 늘 컬러였고, 시각과 청각도 모두 다 얼려 있다. 그래서 한번 꿈에서 깨고 나면 온몸에 진이 다 빠질 정도로 생생하다. 가끔 사람들에게 '꿈 안 꾸고 자는 법'을 물어보기도 한다. 사실 물어보는 이유는 내 꿈은 수능을 다시 치거나, 기상캐스터 시절 지각으로 인해 방송을 펑크 내던가, 불화가 있었던 전 직장 대표와 다투거나, 누군가에게 쫓기거나 하는 부정적인 상황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사실 이 꿈들은 나의 실패에서 기인한 문제들이기도 하지만, 또 그만큼 진심이었던 순간들이기도 하다. 간절했지만 이루지 못했던 것들이 트라우마로 남아 지금도 괴롭히곤 있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그만큼 진심이었던 순간들이기도 하다. 돌이켜보면 이 당시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서 나는 또 얼마나 아등바등 견디고 참아가며 버텼는가. 늘 일상이 빛날 수는 없었지만 바닥을 다질 때의 억울함과 분함, 슬픔의 부정적인 감정들은 그 나름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주었다.


다시는 꾸고 싶지 않지만 언젠가 또 마주칠 악몽들. 어쩌면 모양과 형태가 더 다양해질지도 모르지만, 하나 확실한 건 그만큼 최선이었던 순간들이 더 많아질 거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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