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아주 보통의 하루들

늘 갈구하지만 어려운 보통의 삶

by seoha

강의를 준비하다 보면, 사람들과의 아이스브레이킹을 위해 재미있는 키워드를 찾아보곤 한다. 올해의 키워드 중 하나인 '아주 보통의 하루'라는 단어가 어느새 마음속에 스며들었다. 이 단어가 특별하게 다가온 이유는, 나는 '보통'이라는 단어를 갈구하면서도 동시에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어릴 적부터 나는 인정받고, 주목받고 싶은 욕구가 강했다. 20대에는 방송인으로, 30대에는 강사라는 타이틀로 그 욕구를 충족시켜 왔다. 보통 사람들과는 조금 다르고 싶은 열망이 좋은 방향으로 발휘된 것 같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SNS 속에서 다양한 비교군들을 마주하다 보면, 나는 오히려 보통 그 이하인 것만 같아 서글퍼질 때가 많다. '나는 보통의 삶을 원한다'고 말하는 이 모순은 해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나의 이중성 중 하나이다.


요즘의 나는 출근, 퇴근, 그리고 남자친구와의 저녁 식사라는 세 가지 레파토리의 반복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것이 나의 '보통'이 되어버렸다. 그동안 보통만큼 살고 싶다고 말은 했지만, 가끔 이런 단조로움이 인생을 너무 평범하게 만들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밀려오기도 한다. 감정의 오르락내리락 속에서 중심을 잡지 못할 때도 있지만, 잠자리에 들 때쯤이면 '그래도 이만하면 감사한 삶이다'라며 스스로를 위로한다.


요즘 나에게 '보통의 하루를 살아내는 것'은 수많은 감정의 파도와 다양한 상황 속에서도 중심을 잡고, 너무 많이 흔들리지 않으며 하루를 이겨내는 것이다. 생각보다 어렵고, 고귀한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주 보통의 하루'를 잘 살아내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성취가 아닐까 싶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일상을 받아들이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