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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받아들이는 것.

by seoha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걸 알아야 해."


예전에 한 사업가에게서 들은 이야기다. 그는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해 꽤 규모 있는 기업을 일궈냈고, 다양한 사업을 시도하며 많은 이들의 동경을 받던 인물이었다. 그에게 성공의 비결을 묻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가시적인 성과를 위해 아등바등하지 말고, 나는 굉장히 미약한 존재라는 걸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해."


그 말은 마치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깊이 새겨질 만한 진리였다. 아침에 눈을 뜨고 부랴부랴 출근해 하루를 보내고,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 머물다가 퇴근길에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온다. 간단한 반주를 곁들인 저녁을 먹고, 요즘 핫하다는 예능을 틀어놓고 웃다가 어느새 침대에 누운다. 그야말로 '아주 보통의 하루'다. 그런데도 가끔은 이렇게 지극히 평범한 일상이 너무나도 일상적이 되어버린 건 아닐까, 내 인생은 조금 더 다채로워야 하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스멀스멀 올라올 때가 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이 삶의 정답이 아니라는 걸 깨닫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성장'이라는 이름으로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무리한 일정을 강행하고 몸을 혹사시켰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는 그런 고통마저도 '성취'로 여기며 스스로에게 취해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니, 그 모든 것이 부질없는 짓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삶은 대체로 무미건조해도 괜찮다는 진리를 받아들이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아직도 그 과정은 진행 중이다.


발가락에 쥐가 나 바닥을 뒹굴며 괴로워하던 날들이 떠오른다. 그땐 항상 몸에 힘이 들어가 있었고, 특히 발가락에 힘을 빼지 못해 시도 때도 없이 쥐가 났다. 요즘은 안온한 삶을 목표로 살다 보니, 무의식적으로 긴장된 몸의 구석구석을 일부러 풀어주게 된다. 그러면서 스스로에게 말한다. "긴장하지 말자. 잘하려고 하지 말자. 해내려고 애쓰지 말자. 나는 그리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인정하고, 조금 더 편하게 살아가자."


평범함을 받아들이는 건 한때는 무서운 일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 평범함 속에서 하루하루가 조금 더 산뜻해지고, 웃을 일이 생각보다 많아지는 걸 느낀다. 삶은 결국, 그렇게 조금씩 풀어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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