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에 대하여

by seoha

일주일도 안남은 퇴사를 앞두고, 1년 남짓 나의 회사생활은 어떤지 곱씹어보게 된다. 물론 일적으로는 정말 많은 것을 보고 배우고 느꼈고, 그만큼 성장이라는 든든한 보상도 뒤따라왔다고 자신한다. 하지만 '나'라는 정체성을 두고 돌아봤을 때는 '실패'라는 생각이 머릿 속에 계속 맴돈다.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부분과 알 수 없는 서운함이 교차하면서 좀처럼 씁쓸함을 지울 수가 없다.


나는 사실 매우 가변적인 사람이라 상황에 따라 모양을 달리 할 수 있다고 자부해왔는데, 결론만 놓고 보면 결국 나는 거절을 못하고 우유부단한 사람이었다. 그 와중에 일은 또 잘 해내려고 욕심은 많고. 앞 뒤가 전혀 안맞는 정체성으로 동료들에게는 물론 스스로에게도 혼란을 주었다. 사람이 당연히 단점이 있을 수 밖에 없는데도, 그런 것들이 지난 나의 회사생활에서의 패착이었나 싶었던 생각으로 회사 생활에 임했다. 마음에도 없는 선의들과 매력 없는 말들을 뱉어가며 스스로를 낮췄고, 그것들이 쌓이고 쌓여 나의 정체성으로 굳어졌다. 물론 내가 자초한 일이고, 더 솔직히 말하면 내가 편하고 싶어서 했던 행동들이 나의 흑역사로 남게 되었다.


프랑스작가 알랭드 보통은 인간은 타자의 말로 자기상을 만든다고 한다. 나도 모르는 사이, 나는 결국 내가 원하지 않는 모습으로 되어있다는 사실이 무섭고 두렵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제는 이렇게 살아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너무도 강렬하게 든다. 스스로 올바른 정체성과 기세를 만들어가며 주변 사람들의 의식 속에 은연 중에 스며들게 해 나를 조금씩 바꿔나가야 한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언급하면서 긍정적인 순환 구조를 만들어 나가는게, 나의 건강한 정체성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방법인 것 같다.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지금 하지 않으면 또 기회가 올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려야 할 것이다. 조금은 바뀌고 싶다. 더 솔직히 말하면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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