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테일에서 느껴지는 것들

by seoha

송년회 시즌을 맞아 소소한 회식을 한 적이 있다. 정신없이 바빴던 12월, 장소에 대한 공지를 받았으나 메뉴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아보지 않았다. 그냥 뭐 잠실에 있는 밥집이니 좋은 곳이겠거니 싶었다. 퇴근하고 잠실까지 운전하고 가는 길, 점점 건물들이 으리으리해지는 모습을 보면서 조금씩 긴장감이 밀려왔고, 그중 제일 고급진 호텔 건물 들어서자마자 내가 와도 되는 곳인지, 내 차가 들어가기도 전에 주차 거절을 당하진 않을지 걱정이 될 정도로 으리으리한 곳에 위치한 식당이었다.


외관만큼 내부도 화려했다. 입구에서부터 시작된 환대는 식사 전부터 후까지 일관되게 나를 기분 좋게 했고, 그 안에서 느껴지는 섬세한 접대가 '이래서 사람들이 고급레스토랑을 오는구나.' 싶었다. 밥을 먹고 나서야 검색해 본 식당의 가격은 절대 내 돈 주고 먹지 못할 만큼의 비싼 가격이었다.


식사를 하는 내내 불안하고 불편했다. 같이 식사를 한 사람들이 불편했다는 게 아니라 나의 초라한 테이블매너에 대한 민망함에서 비롯된 감정들이었다. 와인을 따라줄 때, 손을 어디에 두는지, 식사를 하는 페이스나, 대화 타이밍 등등 이전에는 별생각 없이 넘어갔던 사소한 부분들이 갑자기 다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이제는 나이가 30 중반이라 그런지 디테일에 신경 써야 한다는 압박이 갑자기 생겨나는 것이었다. 중학교 시절 기가시간에 배웠던 테이블매너를 곱씹어보면서 그동안 이런 소소한 에티켓에 대해서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민망했다.


식사를 하면서 들은 이야기는 '음식을 먹을 때는 약을 먹듯이 먹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싸고 양 많은 음식을 아무리 먹어도 결국 영양제 이것저것 챙겨 먹고 운동으로 지방을 빼내고, 병원에 다니는 값이나 가격대는 다소 있지만 양질의 좋은 음식을 먹는 게 경제적으로 훨씬 이득이라는 말씀. 여기에 나를 잘 대접한다는 스스로의 만족감도 채워질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내가 식사를 마주하는 태도와 방식에 대한 생각이 많아졌다. 그저 배를 채우고 가성비 있게 음식을 허겁지겁 먹고 매번 체하는 일상을 반복했던 내가 부끄러워졌다. 적당한 식사 예절을 보일 수 있는 좋은 식당에서 가격은 조금 나가더라도 약을 먹듯이 반듯한 식사를 하는 것이 오히려 나의 건강과 삶의 가치를 조금씩 채워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결국 음식도 모두 경험이다. 내 주머니 사정을 고려한 범위 내에서 가끔은 나를 잘 대접해 줄 수 있는 좋은 음식을 먹는 것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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