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하고 실망하면서도 기대를 멈추지 않는 건...
회사에서 행사를 진행하며 마지막 저녁 만찬 때 럭키 드로우를 했다. 매번 그런 운은 애석하게도 나를 잘 비껴나갔는데, 이번만큼은 상품이 아이패드, 다이슨과 같은 거액의 상품이라 내심 기대를 했다. 인생에는 흔치 않게 안될 것도 될 때가 있다던데, 요즘이 딱 그 시기가 아닐까 갑자기 의미부여를 하며 설레기 시작했다. 번호표를 부여잡고 간절하게 기도를 했다. 주변을 둘러보니 다 나처럼 기대를 하는 눈치였다. 바로 내 옆에 있던 분만 빼고.
역시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한 끗 차이도 아닌 당첨 번호는 내 번호 근처에도 오지 않았다. 참 아이러니한 건 그 기대도 하지 않았다던 내 옆에 있던 분이 다이슨 청소기를 걸렸다는 것. 어안이 벙벙한 모습과 함께, 허리 높이 정도 되는 다이슨 청소기 상자를 들고 기분 좋게 행사장을 떠나셨다.
이직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너무 간절한 나머지, 정말 좋아하는 언니에게 조급해진 마음에 대해 털어놓은 적이 있었다. 당장 결혼을 앞두고 나보다 더 마음이 복잡했을 텐데도 진심으로 걱정해 주고 기도해 주겠다는 언니가 해준 말은, '살다 보니 늘 기대가 너무 크면 잘 안 되는 것 같아. 너무 얽매이지 말고 편안하게 기도하면서 기다리자.'였다. 그 말을 듣고 나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 그동안 힘들었던 시기에 대해서 반추해 보면 언니의 말이 맞았다. 항상 기대를 크게 하고, 마주하고 싶지 않은 실망을 또다시 마주하면서 무력해지는 일상을 그동안 깨나 많이 겪어보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기대하고 열망한다는 건 참 설레는 일이지만, 항상 기대를 충족하지 못했을 경우를 대비하지 않고 희망회로만 돌리다 보니 좀처럼 회복이 어려웠다. 사실될 수도 있고 또 안될 수도 있는 건데... 왜 늘 부정적인 상황은 흐린 눈을 하고 보려 했던 걸까. 이제는 사소한 것에 크게 기대하지 말고, 만약 기대를 하게 된다면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든든한 대비를 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오히려 기대를 내려놓았을 때 더 큰 감동이 찾아올 수도 있는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