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스타벅스에 가서 영어공부를 합니다.

by seoha

이직한 지 벌써 한 달. 흔히 사람들이 기업의 형태를 분류할 때 ‘외국계 기업’이라고 하면, 단순히 해외에 헤드쿼터를 둔 곳이라는 의미를 넘어 ‘복지’ 차원의 이야기를 많이 한다. 나 역시 그런 기대를 한껏 안고 입사를 했지만, 막상 나의 발목을 잡은 건 영어였다. 어렸을 때 영어를 좋아했고, 반에서도 잘하는 편에 속했지만 대학 입학과 동시에 토익을 제외하면 영어와는 거의 단절된 삶을 살아왔다. 앞으로 내가 하게 될 업무에서는 영어가 필요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모든 문서와 회의가 영어로 진행되는 걸 보며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영어를 공부하지 않는 한, 이 회사에서 살아남기 어렵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내가 내린 결정은 출근 전 두 시간을 활용해 영어를 공부하는 것이었다. 남편이 아침 일찍 출근하는 터라 그 시간에 맞춰 서재 책상에 앉아보았지만, 아침이라는 이유로 자꾸 몸이 침대로 향하려는 본능을 억제하기가 쉽지 않았다. 작심삼일로 끝나버린 나의 포부는 결국 강제성이 필요하다는 결론으로 이어졌고, 그렇게 선택한 곳이 스타벅스였다. 이상하게도 스타벅스는 나에게 ‘작업의 공간’이라는 인식이 강했고, 적어도 아침 시간만큼은 방해 요소가 크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물론 긴축재정에 들어간 나에게 4,700원이라는 커피값은 부담이었지만, 그만큼 뽕을 뽑겠다는 의지도 분명했다.


아침의 스타벅스에서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특히 50대 이상으로 보이는 분들이 유독 눈에 띈다. 각자 노트북을 켜고 화면을 응시하거나, 책가방을 풀어 노트에 무언가를 열심히 써 내려간다. 도대체 무슨 공부를 하는 걸까 궁금해 슬쩍 쳐다본 적도 여러 번이다. 부동산을 공부하는 사람, 성경 공부를 하는 사람, 주식 투자에 몰두한 사람, 그리고 나처럼 언어를 공부하는 사람들. 모두 각자에게 필요하다고 느끼는 분야에, 카페의 BGM을 백색소음 삼아 조용히 몰입하고 있다.


나처럼 (중고) 신입사원의 패기로 시작한 공부가 아니라, 순수한 필요와 의지로 이른 아침 카페로 향하는 사람들의 열정과 성실함은 어디서 비롯되는 걸까. 물론 그들의 동기를 내가 감히 가늠할 수는 없지만, 나도 나이가 들어 저렇게 순수한 마음으로 무언가에 몰입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좋아서 하는 것이든, 해야만 하는 것이든, 어쨌든 그것을 계속 이어가려는 사람들의 꾸준함과 성실함을 바로 옆에서 느끼고 있기 때문에, 나 역시 이 자리에서 뭐라도 끄적이게 되는 게 아닐까 싶다.


오늘은 에어팟을 집에 두고 오는 바람에 영어 공부는 패스다. 대신 여전히 열정과 꾸준함으로 물들어 있는 이 스타벅스의 공기를 느끼며 하루를 시작한다. 그런 아침이, 유난히도 달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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