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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oha Feb 19. 2023

당신은 일을 좋아하시나요?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에 대하여

요즘 나에게 가장 큰 관심은 ‘일을 대하는 태도’다. 일할 때 행복하신가요? 일이 재밌으신가요? 만나는 사람마다 물어본다. 물어보는 이유야 다양한데 크게 두 가지로 압축시켜보면, 현재의 나의 상태를 스스로 점검해보기 위함과, 그렇다면 다른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일을 하는지 궁금해서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번다면 금상첨화겠지만, 좋아하던 방송일을 했을 당시 생각보다 그렇게 넉넉한 수입이 뒷받침되지 않았던 경험도 있었고 지금은 어찌어찌 살아가지만 내가 잘하거나 좋아하거나 이 둘 중 어느 하나도 충족되고 있지 못하고 있어 이 고민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우연한 기회로 스피치 강의를 하게 됐다. 오늘이 벌써 세 번째. 첫 강의를 했을 때 수강생들의 성향이나 학원의 수업 방향에 대한 정보가 그리 많지 않아 다소 우왕좌왕하긴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강생들이 나의 동작 하나하나에 집중하고, 내 말에 귀 기울여주는 그 모습들이 너무나 감사했고, 나의 피드백을 진정성 있게 받아들이며 개선해 나가는 모습을 보며 오히려 수강생들에게 배운 느낌이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아 나는 이런 일을 할 때 정말 행복감을 느끼는 사람이구나’라는 사실을 깨달으며 얼마나 설렜는지 모른다.


 오늘 강의에선 유난히 경직되어 보이는 중년의 남성분이 계셨다. 스피치학원을 꽤 오래 다녔다는데 여전히 주변 사람들로부터 딱딱하게 굳어있다는 피드백을 많이 받는다고 하셨다. 한 번의 만남으로 이 분의 스타일을 한마디로 단정지어 말하는 것이  주제넘은 일이지만,  내가 아는 선에서 도움을 주고 싶어 몇 가지 피드백을 드리고 바로 실전에 적용할 수 있도록 도와드렸더니 바로 고치시고 나아지는 모습이 보였다. 많이 나아진 모습에 손뼉 쳐드리고 더 사기를 북돋아줄 수 있도록 응원도 해드렸다. 수업이 끝나는 순간 입이 귀에 걸릴 정도로 행복해하시며 ‘선생님 덕분에 오늘 많은 걸 얻고 갑니다 ‘라고 말씀하셨다. 얘기 듣는 순간 감정이 벅차 눈물이 났다. 내가 뛰어나게 잘 가르쳤다고 하기보단, 이렇게 누군가가 나의 도움으로 한 발짝 나아가고,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꼈다는 그 사실이 나를 울컥하게 만들었다. 이런 게 바로 성취감이구나. 돌아가는 지하철에서 울컥한 마음을 다잡느라 얼마나 애먹었는지 모르겠다.


 서른을 조금(?) 넘긴 이제야 조금씩 알 것 같다. 그동안 사람들의 기대와 비판 속에 검게 그을린듯한 마음을 달래 줄 장치들을 생활 곳곳에 설치했었다. 나름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으려는 발버둥이었다. 그런데 이젠 수면 위로 올라와, 내가 어떨 때 ‘행복’을 느끼는지를 알아가고 있다. 사소하지만 의미있는 일련의 경험을 통해서 차근차근 알아가고 있다. 빠르게 파악하고 계획대로 척척 나아가는 주변사람들과 달리 다소 몇 미터 뒤에서 다소 느리게 출발한 나를 창피해하진 않는다. 지금에서라도 깨달았단 것이 감사할 따름이다. 최근 주변에서 만난 모든 사람들은 다 자신들의 일을 사랑하고 자부심도 느끼고 있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데 돈까지 주는 게 어디냐며 행복에 겨워하는 사람도 더러 있었다. 현실적인 문제로 인해 가끔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 과정조차 다 포용할 수 있는 그런 삶. 현실 속에선 불가능하다고 으레 짐작했던 나는, 현실과 타협했다며 합리화하곤 했었는데 세상은 생각보다 더 동화 같은 요소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됐다.


 어제 새로운 집을 계약하고 나오는 순간부터 지금까지 계속 이상한 기분이 든다. 아이처럼 엉엉 울고 난 후 이유 모를 개운한 느낌. 공간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났다는 해방감, 알 수없는 오묘한 기분에 사로잡혀 꿈같은 주말과 휴일이 그렇게 흘러간다. 그리고 그 흘러가는 시간에 장단을 맞춰나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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