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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oha Jul 30. 2023

빠르게 걱정 손절하기

지금 걱정한 것 중의 99%는 현실화되지 않습니다.

 20대의 나는 행복한 날보다 불안하고 우울했던 날들이 더 많았다. 단편적으로 보면 행복과 불행의 비중은 엇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행복하고 감사한 순간이 많았을 텐데도 마음은 늘 부단히 바빴다. 아직 오지는 않았으나 제법 그럴듯한 부정적 상황의 시나리오를 만들어놓고 온갖 걱정을 끌어안고 다녔다. 깔깔깔 웃으며 하루를 유쾌하게 보내고 나서도, 잠자리에 들 때쯤이면 아직 오지 않을 내일의 새로운 걱정거리를 미리 그려놓는, 피곤한 삶의 연속이었다.

그러다 보니 늘 마음이 조급했고 스스로에게 쉼이나 여유를 준다는 것 자체가 사치라고 여겼던 것 같다. 프리랜서로 일했을 때는  '혹시나 계약이 연장되지 않으면, 다음에 연락이 오지 않으면 어떡하지?'라는 불안함에 일부 사람들의 부당한 대우에도, 마음은 그을리고 있지만 입은 꾹 다물고 지냈었고 그러다 보니 제 풀에 지쳐 나가떨어지고 말았다. 환경이 바뀌면 또 달라지겠지 생각했던 서울에서도 나는 변함이 없었다. 내가 여기서 정착하지 못하면, 실직이 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돌이켜보면 신기하게도 당시 불안하고 걱정했던 고민들은 거의 다 일어나지 않았다. 지금에 와서 후회한들 소용없겠지만, 그저 주어진 현실만을 직시하고 조금 더 즐겼으면 어떨까 생각이 든다. 그래서 친한 동생들이나 고민 상담하는 분들의 고민을 듣다 보면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즐기세요'라며 꼰대력을 펼친다. 사실 내가 그러지 못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만큼은 나 같은 실수를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라는 간절함에서 하는 말이다. 받아들이는 것이야 상대의 몫이지만, 제발 나의 호소가 닿기를 기대하며 꽤나 핏대를 세우면서 이야기하는 편이다.


 다시 새롭게 시작하고자 다짐하게 된 것도, 현실에 만족하지 못했던 지난날의 나를 반추하면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반응이었다. 30년 넘게 굳혀진 습관이 한순간에 바뀌긴 힘들지만, 그래도 요즘 걱정과 불안의 징조들이 스멀스멀 올라올 때마다 '아, 휘말리지 말자'라며 빨리 손절 친다. 아주 단순한 방법이지만 요즘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긴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이런 식으로 빠르게 걱정을 떨쳐내려고 노력하고 있어서다.


 요즘은 그래도 잠도 꽤 잘 자고, 밥도 잘 먹는다. 돈이야 없다가도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 걱정은 빠르게 끝내고 그냥 하고 보잔 마인드로 바뀌니 생활이 꽤나 편하고 즐겁다.


 고민 상담하는 분들에게 뭐라도 되는 것처럼 꼰대처럼 말해도, 다들 군말 없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걸 보면, 그들이 봤을 때도 내가 이전과는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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