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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oha Jul 27. 2023

  좋은 사람들을 곁에 둔다는 것

사람에게 상처받았던 20대를 지나, 사람으로부터 힘을 얻는 30대가 되다

   어릴 적 확신의 E성향이었지만 점차 내향적으로 바뀐 건 아마 고등학생 시절부터인 것 같다. 학생 수가 적다 보니 후배들에게 관심이 많았던 선배들은 늘 나의 행동 하나하나 꼬투리를 잡았고, 그때부터 최대한 안 튀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당시 앞머리를 올려 머리띠를 했다고 혼났던 기억은 지금 생각해도 기가 차다...) 그때부터 성인이 된 후까지 나는 사람들의 눈치를 많이 보는 습관이 생겼는데, 스쳐가는 사람들의 사소한 행동이나 말들 속에서도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다 느껴지곤 했다. 일이 없으면 모든 연락을 다 차단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조용히 지내곤 했는데, 사실은 그러면서도 다정한 사람들 속에서 위로받고 싶었던 날들이 더 많았다.


 서울에 올라오고 스타트업 씬에서 잠깐 발만 담갔던 지난 일 년, '커뮤니티'란 단어가 밈처럼 쓰이곤 했다. 결국엔 어떤 비즈니스든 커뮤니티가 답이라며 저마다 각자의 모양대로 커뮤니티를 빌딩을 하곤 했다. 나는 그런 사람들을 볼 때마다 '세상을 참 아름답게 보는구나'라며, 아직 세상의 쓴 맛을 보지 못한 게 아닌가 하는 꼰대 같은 생각도 했었다. 결국 세상은 각박하고, 누가 남보다 조금 더 많이 가져가느냐의 파이 싸움이지 않을까. 돈도 명예도, 그리고 행복도 어느 정도의 총량이 정해져 있고 각자 밥그릇을 잘 챙기기 위해선 결코 협력할 수 없다는 것이 지난날의 나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일하면서, 그리고 스터디를 하면서 만나게 된 사람들을 통해 그 간의 내 생각이 틀렸음을 깨닫게 됐다. 책에서 배우지 못했던 인사이트를 결국엔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서 얻게 됐다. 메타인지가 되지 않던 시절 단지 희망회로만 돌려서 나온 달콤한 말이 아닌, 진정 나를 위한 조언과 위로를 해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사회생활 속에서 알게 되었지만, 생각만큼 유대감이 약하지만도 않았다. 좋은 사람들과의 건강한 관계 속에서 나라는 사람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좀 더 효율적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나 역시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지 고민해 보고 같이 성장해나가곤 했다.


 일을 그만두고  한 달 정도 누군가와의 만남을 자제하면서 지냈다. 온전히 내면의 소리를 듣는 시간을 갖고 싶었는데, 꽤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혼자만의 시간을 보낸 이후 다시 사회에 나오기 위해 꿈틀거리고 있다. 어떤 물질적인 목적을 갖고 만난 다기보단, 만남 속에서 어떤 시너지가 발생할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감에서 생겨난 행동들이다. 최근 만난 몇 명의 사람들을 통해 인간적으로 배우는 부분이 있었고 또 한편으로는 내가 어떤 부분에서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지도 고민해 보게 됐다. 아무리 훌륭한 물리적인 콘텐츠들이 많더라도, 결국 가장 큰 가르침은 사람을 통해서 나온다는 걸 조금씩 느끼고 있다.


 기나긴 장마도 끝났으니 이젠 사람을 많이 만나면서 더 활력 있게 살아가고 싶다. INFJ인 나의 영원한 목표는 ESFJ가 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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