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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oha Oct 14. 2023

혼자서 하는 취미활동들

제 취미 중에서 특별히 잘하는 건 없지만 혼자서 잘 즐기면 그만입니다.

  취미부자라고 불릴 만큼 취미가 많았다. 요리, 베이킹, 등산, 러닝, 드라이브, 독서 등등 그냥 남들이 취미란에 적을 만한 것들 중에서 나름의 엄격한 기준이 하나 더 추가된다. 바로 '혼자'할 수 있는 것들. 타인의 눈치나 비교 없이 오롯이 혼자서만 즐길 수 있는 모든 것들은 다 내 취미가 되었다. 


 고등학교 시절 모의고사 성적을 게시판에 붙여놓고 1등부터 20등까지만 특별 관리를 받을 수 있는 반에 배정되었다. 그 반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나는 늘 간당간당했다. 어쩌다 몇 번 들어가게 됐는데 들어갈 땐 몰라도 성적이 떨어져 짐을 싸고 나올 때 그 씁쓸함은 참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 힘들었고 오히려 더 의욕을 잃기도 했다.(물론 수능을 죽 쑨 건 그냥 내가 공부를 안 해서다.) 아마 그때부터 경쟁의 요소가 있는 모든 것들을 내 삶에서 지우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어른이 되면  모든 것이 다 경쟁이라는, 상당히 'T'스러운 말을 하던 아빠의 말을 애써 외면해 왔지만, 막상 사회생활을 할 나이에 들어서니 피부로 느끼게 됐다. 자기 밥그릇은 스스로 챙겨야 한다는 한 선배의 조언은 나를 더 긴장하게 만들었고, 주어진 모든 상황을 이상한 경쟁구도로 바라보게 되었다. 특히나 첫 직장 생활이 프리랜서였으니 나를 지켜줄 수 있는 보호막은 더욱 찾기 힘들었고, 몸에 늘 힘을 주고 살았다. 어리석었던 건 스스로를 더 발전시키려 애쓰기보단  남들이 나보다 더 잘하지 않는지 마치 미어캣처럼 쓱 주변을 살펴보곤 했다.


 당시의 나의 스트레스르  풀 수 있었던 건 취미활동이었는데, 첫 조건이 '남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혼자 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시작한 것이 혼자 집에서 할 수 있는 요리나 베이킹이었고, 운동도 혼자서도 잘 즐길 수는 등산이나, 러닝이었다. 절대 동호회를 들지 않는다는 철칙이 있었기에 주변 친구들의 권유를 다 뿌리치고 늘 혼자서 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자의식 과잉처럼 느껴지겠지만, 눈 감아도 느껴지는 사람들의 시선들을 애써 차단하고 싶었던 것들이었다. 취미활동만큼은 남들과 비교하거나 경쟁하지 않고 오롯이 혼자 즐기고 싶었다.


 그래도 요즘은 주변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은 것들이 늘어나는 걸 보면, 나도 예전보다는 힘을 조금 빼고 살고 있단 생각이 든다. 모든 것을 경쟁구도로, 날카로운 관계들로 바라봤던 예전과 달리, 마음에 여유가 찾아오고 있다. 함께 하면 멀리 나아간다는 말이 100퍼센트 와닿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의 재미도 있고, 함께 하면서 배우는 것들도 많다는 걸 알게 된 건, 지극히 개인주의적인 나에게 찾아온 큰 변화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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