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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oha Oct 21. 2023

아침 루틴 만들기

 언젠가 '미라클모닝'이 유행처럼 번지던 시기가 있었다. 처음 그 단어를 들었을 때 '모닝이 그렇게 미라클 할 일인가?'라고, 정말 순수한 의문이 들었다. 나에게는 너무나도 당연했던, 스산한 아침 공기를 남보다 일찍 들이마시는 일이 각종 콘텐츠를 통해서 빠르게 퍼져나갔고, 이젠 많은 사람들의 루틴 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생각해 보면 내가 아침형 인간이 되었던 건 부모님의 영향이 참 컸다.  밤 열한 시, 드라마가 끝날 무렵 다들 잘 준비를 마친다. 다음날 아침 엄마의 요리하는 소리에 잠에서 깨면 새벽 다섯 시 반 즈음. 이미 상다리가 부러지게 아빠의 아침식사를 준비하고 계셨다. 같은 고향 출신의 유명한 정치인이 있었는데, 그분은 사교육 하나 없이 학력고사 전국 1등, 사법고시 1등이라며 아빠는 늘 동네의 자랑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분의 1등 비결은 어머니가 교회에 새벽기도 갈 때 일어나 공부를 한 것이라는 말을 들은 이후, 학창 시절 때부터 나의 공부 시간은 밤이 아닌 아침이었다. 비록 전국 1등의 바통을 이어받지는 못했지만, 그 당시 새벽에 일어나 공부했던 기억의 편린들은 아직까지도 나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성인이 되고 기상캐스터라는 직업은 나에게 꽤 잘 맞았다고 느꼈던 것은 방송인으로서 타고난 끼나 체질이 아닌, 아침에 일찍 일어난다는 점이었다. 새벽 다섯 시 반 기상시간은  새벽 네 시로 조금 더 앞당겨지긴 했지만, 오히려 좋았다. 동이 트기 한참 전부터 나갈 채비를 하고, 마치 잠들어있는 것 같은 제주 섬의 해안도로를 고요하게 가로질러 가다 보면 방송국에 도착한다. 따뜻한 커피 한 잔 하며 몸을 깨우는 일련의 과정들은 또 '다른 좋은 기억 2'로 학창 시절 기억에 포개어진다. 


 다시 평범한 회사원 A가 되어서도 나의 기상시간은 여전히 5시다. 세월 앞에서 매우 정직한 나의 몸은 30대에 접어들었다며 가끔 알람의 도움을 요청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아침은 여전히 나에게 포기하고 싶지 않은 가장 소중한 순간이다. 밤 사이 머릿속에 부유했던 생각들을 재빨리 노트에 써 내려가고,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책을 읽는 시간을 갖는다. 바로 헬스장으로 달려가 운동을 마치고 출근 준비를 마치면 8시 20분 즈음. 불과 세 시간 동안의 성취감들이 오늘의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준다. 물론 가끔 아침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아낸 건지 자연스럽게 피로에 좋은 영양제를 검색하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아침은 미라클 그 이상의 무언가를 가져다준다.


 나른한 주말인 오늘, 눈 뜬 시간 역시 여섯 시 십 분. 청소하고 밥 먹고 드라마를 다 봐도 아직 하루가 많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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