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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oha Dec 06. 2023

되고 싶은 것들

 어제 회사 대표님이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옷'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비교적 포근했던 날씨에도 꽤 도톰한 외투를 입으셨다. 직접 운전해서 출근하기도 하고, 또 지하 주차장을 이용하다 보니 바깥의 날씨를 크게 느끼지 못한다고 멋쩍어하셨다. 날씨에 대한 생각이 없다가도 매번 회사에 와서 내 옷차림을 보고 나서야 그 날의 날씨를 파악하게 된다고 하셨다.


 나는 패션센스가 그리 뛰어난 건 아니지만, 그래도 매일 아침 날씨를 검색해 그날에 맞는 옷차림을 준비한다. 영하 5도~ 영하 1도, 0도~영상 5도처럼 구간을 나누어 입을 수 있는 옷들을 분류한다. 그날 온도와 습도에 따라 적당하게 입으려고 하는 편이다. 가끔 비가 오거나 흐린 날이 있다면 조금 색감있는 목도리나 외투를 골라, 우중충한 날씨에 잠식되지 않도록 나름의 밸런스를 맞춘다. 하기야 기상캐스터로 4년 일했으니 어쩌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겠다. 그래도 그 말이 참 좋았다. 계절감을 느낄 수 있는 옷차림. 그리고 그런 사람. 계절을 늘 피부로 느끼는 그런 사람.


 요즘 에쿠니가오리의 소설과 에세이를 거의 하루에 하나씩 섭렵하는 중이다. 에쿠니 가오리는 자신의 에세이 '한동안 머물다 밖으로 나가고 싶다.'라는 책에서 자신은 '밥보다 빵을 닮은 여자'라고 말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뜻인지 설명하진 않았지만, 나 또한 한 빵(?)하는 사람으로서 어떤 빵을 닮았을까 곰곰이 생각해 봤다. 치즈케이크도 좋고 요즘 가장 핫한 베이글이나 소금빵도 좋지만 그래도 뭐니 뭐니 해도 스콘이 되는 게 낫겠다 싶었다. 왜냐면 내가 스콘을 좋아하니까.


 그래도 의미부여를 좀 더 하자면 스콘의 겉은 투박해도 한 입 베어 물면 묵직, 버터향이 진하게 느껴진다. 같은 크기의 빵을 먹어도 더 포만감이 느껴지고, 클래식한 그런 빵. 내가 참 좋아하는 빵.


 서른이 넘었는데도 여전히 되고 싶은 것들이 많다. 아직은 나를 온전하게 설명해 줄 수 있는, 찰떡같은 수식어는 좀 더 적극적으로 찾아가봐야겠지만 계절감이 느껴지는 사람. 스콘 같은 사람이란 말도 참 멋있단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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