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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oha Dec 19. 2023

 설레는 것들에 대하여

현실과 타협하기엔 아직 어리니까요.

 분명 올해 시작할 때 있어서 '다정함'이 나의 키워드였는데, 2023년을 단 2주 정도 남겨놓고 돌이켜보면 그야말로 '도파민'의 해가 아닐까 싶다. 공자가 말했던 삼십이립(三十而立)은 말 그대로 공자라서 가능했던 거였지, 나는 삼십이이(三十而已, 겨우 서른)에 지나지 않는다고 여겼다. 다행이었던 건 잇따른 부침 속에서 허덕이며 제대로 '서른 즈음에'를 겪고 있던 나에게 설렘의 말랑말랑한 순간들이 찾아왔다는 것이다. 그 설렘을 동력으로 삼아 계속 더 큰 설렘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고, 결국 다량의 도파민에 취해 행복에 겨워하며 헤엄치다 그렇게 한 해를 마무리하게 됐다. 


 올해 초 우연히 하게 됐던 강의를 통해, 오랫동안 건드려지지 않았던 가슴속 몰캉한 봉우리가 톡 터지는 느낌을 받았다. '아 이것이구나'라고 어렴풋이 느꼈던 그 감정은 정확하게 6월 1일, 판교에서 진행했던 행사 진행을 통해 확신하게 됐다. 이제는 어느 정도 현실과의 타협을 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다그치면서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 명징한 답을 갈구하던 나에게 '그래도 아직은 설렘을 좇아도 되지 않을까?'라는 아량을 베풀기로 마음먹었다.


 이후 내 인생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느꼈던 건, 저마다 설렜던 그 찰나의 순간을 동력으로 삼아 각자의 속도대로 바지런히 살아내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나도 설렘이라는 순수한 감정으로 매일을 꾹꾹 눌러 담으며 부지런히 움직였더니 어느덧 연말에 다다랐다. 직업적인 측면에서의 만족과 그리고 그 속에서 느끼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설렘의 감정들은 그래도, 나라는 사람이 염세적이지만은 않다는 것도 깨닫게 해 줬다.


 어젯밤 침대에 누워 허공을 떠다니는 단어들을 하나씩 곱씹어보던 중, 이젠 또 어떤 설렘을 찾아 나서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 봤다. 가볍게 생각하려고 했던 것이 갑자기 불어나 잠을 잠식하는 바람에 한동안 뒤척였다. 당장 내일 출근해야 하기에 빨리 생각 정리를 끝내야 했는데, 결국 매일 아침 세웠던 계획이 틀어지지 않도록 잘 지켜내자는 답을 내렸다. 계획대로 진행됐을 때의 그 몰캉한 설렘 역시 결코 쉽게 얻을 수 있는 감정이 아님을 잘 알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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