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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oha Jan 02. 2023

마음이 약해질 즈음

요새 스스로가 마음이 많이 약해졌다는 걸 느낀다. 사람들과의 관계의 틈에서 생겨난 작은 균열이 내 마음 구석구석 생채기를 낸다. 그럴 때마다 ‘아, 지나가게 놔두자’라며 초연하게 받아들이고 싶지만 아직 그 정도의 마음 수련이 덜 되었는지 숨을  들이쉴 때마다 울컥한다.  혼자 울 곳이 필요하다며  징징대기도 하는데 물론 운다고 해결될 일은 없고 실제로 울 용기도 없다.


 오늘 동생들과 밥을 먹고 집으로 돌아와 대청소를 했다. 야밤의 대청소라니 우습기도 하지만, 마음이 복잡할 때는 일단 주변 환경을 깨끗하게 정리해야 한단 생각에 열심히 청소기를 돌렸다. 서랍에 있는 옷도 모두 꺼내 안 입는 옷은 박스에 밀봉시키고 겨울 옷들 중 자주 입는 옷은 보풀제거도 하고 다림질도 했다. 서랍 내 큰 자리를 차지했던 안 쓰는 화장품들은 과감하게 버렸다. 이불도 다 빨고 편백나무 방향제를 쓱쓱 뿌려줬더니 제법 보송보송해졌다. 우울은 수용성이라더니, 한번 깨끗하게 씻고 나니 마음이 한결 나아졌다.


 이렇게 마음이 작아질 때마다 주문처럼 외우는 말이 있다. 언제나 그랬듯 스스로를 믿어주자고. 지금을 위해 부지런히 달려왔던 어린 을 생각하며 스스로를  달래주자고. 그러면 다시 일어설  있는 힘이 조금씩 솟아난다.

 

  ‘새해엔 긍정적인 마음으로!’라고 오늘 다짐해봤자 내일 오후 즈음이면 피로감과 동시에 삶의 권태를 살짝 느낄지도 모른다. 늘 그랬듯이 나는 새해라고 달라질 것 없이 감정의 기복 속에서 매일을 헤매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올해 나의 목표는 ‘빠르게 중심 잡기’다. 나락으로 떨어져도, 감정이 저만치 앞서나가도 좋으니 빨리 중간을 찾아가는 연습을 하고 싶다. 우울감이 문득 찾아와 감성 젖은 밤을 보내더라도 다음날 아침 좋아하는 그릭요거트에 견과류를 곁들여 먹으면서 이런 게 소확행이라며 신나 하는 그런 일상들. 극단적이지만 건강한 나만의 방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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