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거야 행복은..
좋은 등산로를 바로 집 뒤에 두고도 수개월만에 모처럼 남편과 뒷산에 올랐다. 갈림길에서 좀 더 산행길이 예쁜 관무산 쪽으로 방향을 잡아 오르다 보면 머지않아 정상 표지가 나오고 거기서 살짝 더 지나가면 우리가 목표하는 고지가 나온다.
탁 트인 물왕저수지를 내려다보며 마시는 따끈한 커피 한 잔은 오랜만에 오르는 힘겨운 산행? 의 노고에 충분한 보상이 되었다. 좋아하는 음악을 함께 들으며 그와 도란도란 얘기를 나눴다.
쌉싸롬한 커피 한 잔과 함께하는 음악은 언제든 세로토닌의 분비를 촉진시키는 듯 그와 내 맘에 조금은 업된 기분과 행복을 선사해 준다. 꽃샘바람이 제법 매서웠으나 그것이 우리의 행복을 방해하지는 못했다. 후드를 뒤집어쓰는 것으로 충분했으니까..
어느덧 결혼 22주년을 맞는다. 그와는 27년의 인연을 잘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그가 화사하게 핀 노란 베고니아 화분 하나를 편지와 함께 선사한다. 그 작은 선물에도 나는 그 꽃만큼 화사하게 웃으며 화답했다.
일요일엔 다 함께 도서관에 갔었다.
북까페에서 두어 시간을 각자가 읽고 싶은 책을 읽었다.
그는 최근 바빠서 못 읽고 밀려두었던 '아버지'란 간행물을 읽었고, 난 지난 여행 때 숙소의 침대맡에 놓여 있었던 박광수 시집과 관심 책으로 리스트에 올려놓았던 펄벅의 책 한 권을 빌렸다.
강현이는 저녁에 아빠에게 테스트받을 영어단어를 외우기도 하다가 간간히 만화 삼국지를 읽었다.
모처럼 갖는 도서관에서의 시간이 정말 좋았던 것 같다. 가능한 매주 와서 여유 있게 책을 읽자는 데에 그와 의견을 모았는데.. 친구랑 노는 것을 무척 좋아하는 강현이는 그날도 친구들과의 자전거 여행을 취소한 것이 못내 아쉬웠는지 매주 오자는 아빠의 제안에 강한 거부의사를 표한다. 딴에는 크게 양보하여 2주에 한 번만 오자고 호소한다..ㅎㅎ
요즘 부쩍 나이 들어가는 거에 마음이 조급 해지는 건 50대에 들어서면 누구나 갖게 되는 자연스런 감정의 변화 일는지도 모르겠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욕심은 내려놓게 되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 가에 집중하게 된다. 돌아오지 않을 시간들을 후회 없이 잘 살아가야지 하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아끼며 보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