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배를 시작한 지 100일을 넘어서고 있다. 언젠가 sbs스페셜 <108배의 기적>이란 다큐 방송을 유튜브를 통해 보고 시작하게 되었는데, 특별히 작심하고 시작했던 건 아닌데도 초반에 딱 하루를 빼곤 지금까지 네 달째 꾸준히 해오고 있다.
처음엔 수행 차원보다는 건강을 위해 관심을 가졌고, 아들의 집중력을 위해서 아들과 함께 시작했다. 아들은 선천적인 뼈 구조 문제인지 어릴 때부터 쭈그리고 앉지 못했는데, 그래선지 영 절하는 자세가 어설펐다. 엉덩이를 쳐들고 하는데 그나마도 한 번씩 엎어질 때마다 철퍼덕거려서 이건 뭐 108배를 하는 건지 장난을 하는 건지 분간이 안되었다. 꾸준히 같이 해보려고 시작했는데 결국 아들은 한 번 하고는 더 이상 흥미를 갖지 못했다. 아쉬운마음에 아들이 잘못 했을때마다정도에 따라 10배, 30배, 108배를 권했는데, 착하게도 그 벌은 스스로 달게 잘 받는다.
유튜브에서 적당한 108배 참회문을 틀어놓고 하면 횟수를 세지 않아도 좋고 정해진 시간 안에 일정한 속도로 할 수 있어서 좋다. 무엇보다 좋은 건 참회문을 들으면서 하기 때문에 수행에 큰 도움이 된다. 난 이전부터 유튜브를 통해 법륜스님의 즉문즉설과 법문을 들어오던 터라 수행과 108배에 대한 관심이 좀 남달랐다.
유튜브에서 찾아보면 여러 참회문이 있는데 총 소요 시간과 배경음악, 참회문 내용이 다 다르다. 그중 난 BBS에서 제작한 <행복을 찾는 108배>란 참회문을 선택했는데, 내겐 이 참회문이 가장 마음 깊이 깨달음을 주고 전반적인마음가짐을 바로 잡아주는데 크게 도움이되고 있다. 참회문을 듣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자기 성찰의 기회가 된다.
나의 108배는 솜털이 내려앉듯 가볍고 차분하다. 일정한 속도로 수행문에 따라 흐트러짐이 없는데, 단정한 자세만큼 내 마음도 그 순간만큼은 정갈하다. 한 번 절 하고 일어설 때마다 거실 창을 통해 보이는 아침풍경이 참 좋다. 하늘과 멀리 아파트 건물벽에 드리운 골드빛 아침햇살이 더없이 청정하다.
아침에 눈을 뜨면 시간을 보고 108배 시작 시점을 가급적 아들의 기상 시간 30분 전으로 맞춘다. 아들이 108배는 하지 않아도 잠결에 듣는 차분한 수행문 소리와, 엄마의 108배의 기도 영향이 간접적으로 미치게 되길 바래서이다. 이런 내 생각은 의외로 잘 맞아떨어진 듯하다.아들의 태도가 차츰 답에 가까이 다가 가는 게 느껴진다.아들이 참된 행복의 길을 스스로 찾게 되길 바라고, 가족의 화목과 행복을 위해 난 오늘도 내일도 그저 108배를 하며 마음을 다진다.
<행복을 찾는 108배> 초록줄은 아들에게, 핑크줄은 내게 좀 더 필요한 수행문이다. 거실벽 한켠에 붙여놓고 해당되는 잘못을 했을 때마다 서로 읽어주며 환기 시킨다.ㅎ
난 불자도 하나님의 자녀도 아니다. 어릴 땐 엄마와 언니의 영향으로 줄곧 내 종교가 가톨릭이라 믿었었다.결혼 후엔 남편과 함께 세례도 받고 십여 년간 교회에 나가기도 했었다. 사실 불교는 나와는 상당히 거리감이 있는 종교였다. 어릴 때부터 절은 두려움이나 거부감이 많이 드는 곳이었다. 어른이 되었어도 절이나 불상 앞에서 늘 익숙하지 못한 불편함이 느껴졌다. 물론 지금도 불교라는 종교에 관심을 두는 건 아니다.
수행은 종교적인 관점을 떠나 오롯이 나 자신의 삶의 해답을 찾고자 시작된 것이었다. 우연히 듣게 된 법륜스님의 설교를 통해서 불법을 조금씩 알게 되었고, 공감이 깊이 일어났다. 참된 진리를 배워 가면서 많은 것을 내려놓을 수 있었고, 인생의 진정한 성공과 행복에 대해 깊이 생각하며 살게 되었다.
108배는 절을 통해 나 자신을 낮추고,정진하는 마음가짐을 지속적으로 다져주고 유지시키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나의 108배와 수행의 기운이 가족들에게도 스며들어 한층 평안하고 밝은 하루를 살아가게 해준다.
영화 <어바웃 타임>- 레이첼 맥아담스와 돔놀 글리슨 주연
밝은 하루를 잘 살아간다는 의미에서 영화 <어바웃 타임>은 내 수행과 꽤 관련이 깊은 영화였다.집안 대대로 성인이 된 남자에게만 비밀리에 시간을 되돌려 다시 살 수 있는 능력이 주어지는데, 원하는 시간으로 되돌아가 상황을 원하는 대로 바꿀 수가 있다. 영화 후반부에선아버지가 알려준 행복비법중의 하나로 똑같은 하루를 거의동일하게 다시 살아보는 장면이 나온다. 주인공 팀은 아버지의 불운한 소식 이후 웃음기 없고 별 감흥 없이 무미건조하고 사소한 것에도 짜증이 나는 어느 하루를 보낸후 아버지의 비법대로 같은 하루를 더욱 밝고 긍정적으로 다시 보내 보는데, 그 차이가 놀라웠다. 난 이 두 장면을 다시 돌려 비교해 보며, '그래 이거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과는 확연히 다르게 느껴지는 밝은 기운!그기운은 자신뿐만 아니라 함께 있는 주변 사람에게 까지 번지게 되고, 훨씬 행복한 하루를 선물받게 되는 것이었다.
아버지가 살면서 깨달은 행복비법 두 가지는 첫 번째, 남들과 비슷한 그저 평범한 삶을 사는 것, 두 번째, 같은 날을 거의 동일하게 다시 살아보며 걱정과 긴장으로 그냥 지나친 아름다운 순간들을 느껴보는 것이다. 이처럼 행복하기 위한 길은 특별할 게 없었다.그러나 가장 중요한 핵심 포인트이다. 그래서 비법이라 하는 것일 게다.
이 영화 마지막에서 주인공 팀은 스스로 시간여행을 마치며 이렇게 독백한다.
"이제 나는 단 하루도 시간여행을 하지 않는다. 매일을 다시 사는 것처럼 즐기며 살기로 했기 때문이다. 오늘이 특별하고도 평범한 내 마지막 삶이라고 생각하며 산다.
우리는 모두 시간 여행을 한다. 인생의 매 순간이 흘러가니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이 멋진 여정을 즐기는 것뿐이다."
팀이 시간여행을 통해 얻은 깨달음은 아버지의 것보다 한단계 더 나아간 것이었다.
아버지와 팀이 아버지의 마지막소원으로 과거로 돌아가 어린 팀과 행복했던 순간을 다시 보낸다.
이 영화에서 주는 메시지나 내가 수행하는 목적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후회 없는 삶을 위해 하루하루를 웃으며 행복하게 사는 것! 행복했던 순간이란, 지금 행복할 때 이 순간을 훗날 기억하는 것이다!"
그런데 매번 다짐을 해도 행복한 하루를 맞는 일이 생각처럼 쉽지 않다. 뜻하지 않게 맞닥뜨리게 되는 나쁜 상황에서 순간 지혜롭게 대처하는 일이, 나같은 범인(凡人)으로선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이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108배와 함께 꾸준히 정진하는 것이다. 나의 108배는 두 무릎이 허락하는 한 계속될 것이다. 내 인생에서 수행과 108배를 만난 건 큰 행운이었다. 난 운이 좋은 사람이다. 영화 어바웃 타임의 Ost 'The Luckiest'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