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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서희 Jul 18. 2018

영혼을 맑히게 하다..

- 말, 말, 말에서 벗어나기


한동안 법정스님의 말씀에 푹 젖어 지냈다. 듣고 또 듣고, 행여 스치고 지날세라 기록을 남기고 마음 깊이 새기었다. 다른 건 다 욕심을 내려놓아도 이러한 말씀엔 욕심을 내게 된다. 부진한 내 영혼에 그 말씀이 스미고 또 몸에 배어들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스님의 말씀 중에 '맑히다'라는 말이 참 좋다. 말씀을 대하고 있는 동안은 나도 잠시 속세의 때가 벗겨지고 영혼이 맑혀지고 청정한 세계에 놓이는 기분이다.


그러다 현실 속에 섞이게 되면 손쉽게 들의 홍수에 빠지게 된다. 말들이란 게 어쩜 하나같이 부질없고 공해와도 같은 말들 뿐지.. 잠시 맑아진 영혼에 금세 얼룩이 튀고 만다. 난 요즘 그 말, 말, 말에서 벗어나고 싶어 몸살을 앓는 심정이다.


인간의 말은 군더더기이다.
새소리, 바람소리, 물소리..
거룩한 침묵의 자연의 소리를 들어라.
자연이 부처님이다.


손수 투박한 장작으로 만드신 스님의 의자.. 생전에 청빈과 무소유의 삶을 실천하신 스님께선 그저 두 다리 쉴만한 용도로 그 이상의 편안함은 욕심으로 생각하신 듯하다.


다음은 스님의 산문집 <텅 빈 충만> 중 '물 흐르고 꽃 피어난다(水流花開)'에서 옮겨온 것이다.



좋은 말씀 듣고 싶어 들렀다는 사람에게 한결같이 산이나 바라보다가 가시라고 일러준다. 눈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내게 좋은 말이 있을 턱이 없다. 그리고 아무리 좋은 말이기로 자연에 견줄 수야 있겠는가. 자연만큼 뛰어난 스승은 그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사람의 말이란 자연에서 치면 한낱 파리나 모기 소리와 같이 시끄러움일 뿐이다.

 산에 오면 우선 그 사람으로부터 해방되어야 한다. 되지도 않은 말의 장난에서 벗어나 입 다물고 자연의 일부로 돌아갈 수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밖으로만 팔았던 눈과 귀와 생각을 안으로 거둬들여야 한다. 그저 열린 마음으로 무심히 둘레를 바라보면서 쉬어야 한다. 복잡한 생각일랑 그만두고 가장 편안한 마음으로 자연의 숨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밖에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그 알량한 말로 인해서 지금까지 우린 얼마나 눈멀어왔고 귀먹어 왔는지 냉정하게 되돌아볼 줄 알아야 한다. 남의 얼굴만을 쳐다보다가 자신의 얼굴을 까맣게 잊어버리지 않았는지 반성해 보아야 한다. 남의 말에 팔리지 말고 자기 눈으로 보고 자신의 귀로 들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자신의 삶을 이룰 수 없다. 자연은 때 묻고 지친 사람들을 맑혀주고 쉬도록 받아들인다. 우리는 그 품 안에 가까이 다가가 안기기만 하면 된다. 그래야 닳고 관념화되어 꺼풀만 남은 오늘의 자신들을 회복시킬 수 있다.

- 산문집 <텅 빈 충만>의 '수류화개' 중에서



침묵이 좋다. 가급적 꼭 필요한 말을 하고, 말을 할 거면 온화한 말, 영혼을 맑히는 말, 인생에 보탬이 되는 말을 하고, 또 듣고 싶다. 언제부턴가 시시콜콜한 수다나 폰 톡을 삼가는 습관이 생겼다. 대신에 책을 읽고 좋은 말씀들을 대한다. 또는 음악을 듣거나 훈훈하고 맑은 영화 한 편 감상하는 것도 영혼을 맑히게 하는 좋은 수가 된다. 속세를 벗어나 산속에 둥지를 마련해 살지는 못해도 이런 마음가짐만으로도 세상이 훨씬 아름다와 보이는 걸 느낀다. 반대로 그렇지 못할 때 참으로 어리석은 그들의 말, 말, 말들이 동동 먼지처럼 떠다녀서 공기를 탁하게 하고 지루한 시간을 만들어 낸다.  홀로 있는 시간 속에 텅 빈 충만으로 가득 채워지는 기분을 느끼며, 오히려 활기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음에 감사하다.


<동생의 습작(모작)- 블루 티팟> .. 맑은 차 한 잔을 대하는 기분으로 평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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