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 말, 말에서 벗어나기
인간의 말은 군더더기이다.
새소리, 바람소리, 물소리..
거룩한 침묵의 자연의 소리를 들어라.
자연이 부처님이다.
좋은 말씀 듣고 싶어 들렀다는 사람에게 한결같이 산이나 바라보다가 가시라고 일러준다. 눈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내게 좋은 말이 있을 턱이 없다. 그리고 아무리 좋은 말이기로 자연에 견줄 수야 있겠는가. 자연만큼 뛰어난 스승은 그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사람의 말이란 자연에서 치면 한낱 파리나 모기 소리와 같이 시끄러움일 뿐이다.
산에 오면 우선 그 사람으로부터 해방되어야 한다. 되지도 않은 말의 장난에서 벗어나 입 다물고 자연의 일부로 돌아갈 수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밖으로만 팔았던 눈과 귀와 생각을 안으로 거둬들여야 한다. 그저 열린 마음으로 무심히 둘레를 바라보면서 쉬어야 한다. 복잡한 생각일랑 그만두고 가장 편안한 마음으로 자연의 숨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밖에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그 알량한 말로 인해서 지금까지 우린 얼마나 눈멀어왔고 귀먹어 왔는지 냉정하게 되돌아볼 줄 알아야 한다. 남의 얼굴만을 쳐다보다가 자신의 얼굴을 까맣게 잊어버리지 않았는지 반성해 보아야 한다. 남의 말에 팔리지 말고 자기 눈으로 보고 자신의 귀로 들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자신의 삶을 이룰 수 없다. 자연은 때 묻고 지친 사람들을 맑혀주고 쉬도록 받아들인다. 우리는 그 품 안에 가까이 다가가 안기기만 하면 된다. 그래야 닳고 관념화되어 꺼풀만 남은 오늘의 자신들을 회복시킬 수 있다.
- 산문집 <텅 빈 충만>의 '수류화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