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서희 Dec 06. 2018

개인 주의자 선언 - 문유석

개인주의자가 얻을 것은 자유와 행복이다.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친구가 근무하고 있는 도서관에 잠시 들렀다. 낮은 책장 위에 전시되어 있는 책들을 둘러 보던 중 '개인주의자 선언'이란 제목에 시선이 멈췄다. 개인주의자라는 말이 나와 꽤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작가 문유석은 프롤로그에서 인간 혐오까지 거론하며 다소 거칠게 글을 시작하고 있었다. 등산길 입구에서 아주머니 아저씨들의 무리를 보고 바로 등반을 포기해 버리고, 친척들 모이는 명절이 젤 싫고, '사랑합니다 고객님' 하는 의례적인 상담사의 인사말에 질색하며 '왜요?'라고 한 적도 있다고 한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란 노랫 가사를 들을 때마다 '무슨 근거로?'라고 되묻는 정도라니 인간 혐오 수준이 꽤 높은 듯했다.


 친구와 차 한 잔을 나누는 사이 어느새 시간이 다 되어 급하게 책을 빌리고 일어섰다.



 어떤 사람은 꽃에 비할 수 없을 만큼 더 아름답다고 생각 드는 사람이 있다. 그래서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하고 목소리 높여 열창하는 대목을  들을 때마다 '그래 맞아' 하고 공감하곤 했었다. 따뜻한 마음이 있는 사람과 모습만 아름다운 꽃은 처음부터 비교할 대상이 아닌 게 맞을 듯싶다.


 이렇게 작가에게 작은 괴리감을 갖고 읽기 시작한 책이었으나 본문에 들어서면서는 많은 부분 공감을 불러일으켰고, 때문에 선입견은 확실히 위험하고 경솔한 판단이 맞다는 생각을 하면서 다소 업된 기분으로 책을 읽어 내려갔다.



 개인주의가, 집단주의적인 사회구조에서는 주홍글씨, 종북좌빨에 버금가는 불온한 단어요 사상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사실에 작가는 심히 유감을 토로한다. 글 곳곳에 집단주의가 가져오는 폐해를 비판하고 개인주의의 긍정적인 영향력들을 기술하고자 세심히 공을 들인 듯하다. 이런 개인주의야말로 르네상스 이후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류 문명의 발전을 이끈 엔진이라고까지 강조하고 있다. 이런 글을 읽으면서 같은 개인주의 동조론자로서 카타르시스가 느껴졌다.



 작가는 또한 개인주의를 행복과도 밀접한 관계에서 풀어 나갔다. 우리가 더 불행한 이유가 바로 집단주의 문화와 수직적 가치관에 있다는 것이다. 이 사회의 가치가 서열화에서 자유롭지 않는 한 우리는 꼭대기에 올라서도 절대 만족한 행복감은 느낄 수 없다. 심리적 압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행복이 모든 인간이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임은 의심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내가 수행과정에서 깨달은 바로는, 행복은 결코 권력과 부, 명예에 있지 않다. 그것이 오히려 불행의 씨앗이 되는 일은 요 몇 년간 뉴스를 통해 혀를 차도록 많이 봐오고 있다. 이른바 사회 최고의 계층이라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갖가지 부정을 저지르고 받은 그 결과는 인과응보, 사필귀정의 실체를 여실히 보여 주었다. 이는 우리 아이들 교육에 훌륭한 본보기가 되고 있다. 한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열 마디 말보다 이처럼 확실하고 효과적인 산교육이 따로 없음에 오히려 그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 정도다.


 진정한 행복은 모든 것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 때 있다.  삶의 멘토이신 법정스님도 이를 강조하셨다. 인간의 궁극적인 목표는 자유에 있다고. 그것은 비단 권력, 돈, 명예뿐만 아니라 남의 시선, 잡다한 정보와 지식, 심지어 종교에 이르기까지 모든 물질이나 정신, 안과 밖으로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그래야만 내 삶이 끌려 다니지 않고 비로소 자주적으로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작가가 로 든 다음 이야기 웃고만 넘길 수 없는 진리라 생각한다.


 '배가 몇 겹씩 접혀도 남들 신경 안 쓴 채 비키니 입고 제 멋으로 즐기는 문화와, 충분히 날씬한데도 아주 조금의 군살이라도 남들에게 지적당할까 봐 굶거나 지방흡입을 일삼는 문화 중 어느 쪽이 더 행복에 유리할까. 우리가 더 불행한 이유는 결국 자승자박하고 있는 자신 때문이다.'



 18세기 프랑 사상가 장 자크 루소도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인간은 자유롭게 태어나 어딜 가나 구속당한다!'


 이 말은 영화 <로열 어페어>에서 보고 인상 깊게 남았던 글이다. 18세기 말경 유럽 전역에 계몽주의 사상이 고개 드는 시대에 금서로 은밀히 읽혔던 루소의 한 철학서에 있는 구절이다. 자유가 권리로서 인정받지 못하던 시대의 비극을 보면서 내가 누리는 이 시대의 자유로움에 새삼 감사함을 느꼈다.


 어떤 것에든 얽매이면 자주적인 인간이 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자유가 속박당할 수밖에 없는 집단주의, 단체주의 체제는 자주적인 인간이 되는 걸 저해하는 사상을 토대로 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작가도 그렇듯 나도 내가 개인주의자인 게 참 좋다. 여기서 개인주의자가 이기주의자와는 별개의 개념임은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 이기주의자는 자기만의 관점에서 남을 배려하지 않고 외하는 사람들이다. 반면에 개인주의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존중받아야 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나뿐만 아니라 남의 자유와 권리도 존중할 줄 안다. 지극히 합리주의적인 사상이다.



 다음은 끝으로, 개인주의자들에게 아니 근대적 의미의 합리적 개인주의가 부족한 우리 사회에 호소하는 작가 문유석의 짧고 굵은 외침이다.


"만국의 개인주의자들이여, 싫은 건 싫다고 말하라. 그대들이 잃을 것은 무난한 사람이라는 평판이지만, 얻을 것은 자유와 행복이다."





(후기- 책 제목은 <개인주의자 선언>이지만 사실 개인주의에 관한 글은 이 책의 초반 60여 페이지 분량에 불과하다. 이후로 대부분은 이 책의 부제인 '판사 문유석의 일상유감'에 부합한 글들이다. 작가가 판사로서 겪어온 갖가지 사건 사고와 일상들을 통한 작가 개인의 생각내지 유감들을 글로 옮겨 놓았다. 개중엔 감동있고 흥미로운 이야기들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그러나 책 제목에 이끌려 이 책을 읽게 되었고  나의 주된 관심사가 개인주의자 이기에 그에 관한 이야기로써 이 글을 썼다.)




작가 문유석 (1969,서울)

현 서울 중앙 지방법원 부장판사

개인주의자 선언 (판사 석의 일상유감), 2015







작가의 이전글 가을이 오면.. 설렘이 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