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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서희 Feb 02. 2019

타샤 튜더 Tasha Tudor ..

여한 없는 삶이란 게 이런 거구나!



타샤 튜더..

 영화 시작부터 동화 같은 영상 속으로 풍덩 빠져들었다. 흰 눈이 날리는 타샤의 집 풍경 안으로 타샤상상으로 그려낸 토끼 한 마리가 사뿐사뿐 노닐며 들어가고 있다.


그녀가 좋아한 버몬트주의 생가. 타샤의 상상으로 그려낸 토끼 한 마리가 사뿐사뿐 흰 눈위에서 노닐고 있다.


"겨울은 평화롭고 고요해요. 저는 눈을 사랑해요.

가끔 길이 막혀 고립되고, 그래서 홀로 남겨지지만 고요함은 선물 같아요."


 을 사랑하고, 홀로 있는 고요함이 선물 같다는 말에서, 타샤의 정서와 나의 정서에 공통점이 많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타샤 튜더(1915~2008).. 그녀는 미국이 사랑하는 동화작가이자 삽다.


 타샤 튜더는 총 100여 편의 작을 남겼는데, 영화에서는 그중 그녀가 제일 좋아하는 세 개의 작품을 90세 노인이 된 타샤가 직접 소개한다. 그녀의 첫 작품인 <호박 달빛(1938)>과 첫 장편 동화인 <코기빌 마을축제(1971)>, 그리고 <빛나는 계절(1977)>이 그것이다.




 <코기빌 마을축제>는 코기개를 주인공으로 하여  코기빌 마을의 축제를 다룬 작품이다. 그녀가 제일 좋아하는 작품으로, 몇 개의 코기빌 시리즈 중에서 이 작품을 대표작으로 꼽는다.


코기빌 마을축제는 크리스마스 다음으로 신나는 축제이다.


 코기개는 타샤의 가족이 오래전부터 함께 살아오던 개의 종류로, 여우털 빛깔의 다리가 짧고 꼬리가 없는 작고 순한 개다. 웨일스 출신인 그녀의 가족은 양대신 소를 키웠는데, 코기개가 소몰이 역할도 잘 한 모양이다.



코기개는 코기만의 예쁜 색이 있어요.. - 타샤


생전에 키우던 코기개 메기와의 시간


 '38년에 발표된 그녀의 데뷔작 <호박 빛>은 당시 약혼자였던 토마스의 조카, 실비 앤을 주인공으로 만든 사랑스러운 동화이다. 타샤의 가족은 할로윈에 만드는 호박 등불을 '호박 달빛'이라 불렀고 그래서 책 제목이 'PUMPKIN MOONSHINE'이 되었다 하는데, 그 느낌이 참 은은하고 푸근하다.

 

나도 이 이야기가 앙증맞고 맘에 든다.





 짧은 이야기라 소개해 본다.


호박이 어찌나 큰지 실비는 호박을 들 수 없었어요. 그래서 겨울에 커다란 눈 뭉치를 굴리는 것처럼 호박을 데굴데굴 굴려서 옮기기로 했어요.


호박은 바위와 덤불을 뛰어넘었어요! 쿵쿵쿵!
빨리, 더 빨리 실비랑 위기는 호박을 쫓아 언덕을 달려 내려갔어요!


염소들이 깜짝 놀랐습니다!
암탉들도 호박을 보고 화들짝 놀랐어요!


호박은 엄청난 속도로 마당으로 돌진해 거위들도 놀래켰어요!


가장 끔찍한 것은 양동이 한가득 물을 들고 가는 이웃집 아저씨랑 호박이 쾅 부딪쳤을 때였어요!


실비 앤은 아주 예의 바른 꼬마여서 얼른 뛰어가 아저씨를 일으켜 드렸어요.
동물들에게도 미안하다고 사과했지요.


실비는 호박을 모두 파내었어요.
그다음에는 할아버지가 호박에 구멍을 뚫어 눈이랑 코랑 무시무시한 이빨을 내보이며 실컷 웃는 입을 만들었지요.


저녁이 되자 실비와 할아버지는 촛불을 켜서 호박 안에 넣었어요. 호박은 그야말로 호박 달빛답게 무시무시하고 으스스해 보였지요.


실비와 할아버지는 호박 달빛을 앞문 울타리에 올려놓고 덤불 뒤로 숨었어요. 지나가는 사람들이 이 무시무시한 호박 달빛을 보고 얼마나 놀라는지 보려고요.
실비와 할아버지는 아주 멋진 시간을 보냈어요.




 타샤가 만든 매우 정교한 인형들


 큰 아들 세스 튜더 말에 의하면, 초상화가였던 타샤의 어머니, 즉 할머니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많은 그림을 그리며 자란 어머니 타샤가 훌륭한 동화작가로서 성공한 데는, 그녀가 손수 디자인해서 만들어 한 인형놀이가 밑거름이 되었다고 한다.


타샤의 어머니가 그린 어린 타샤의 초상화


"인형놀이가 환상의 세계로 인도한다는 거예요.

인형은 어머니에게 창작의 원천이었고 생각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능력을 키워주었어요. 작가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되었어요." 

   - 큰 아들, 세스 튜더



손주들에게 항상 스스로 만든 인형과 인형 옷, 장난감들을 선물했다.


자신이 만든 인형을 세팅하고 사진 찍기를 좋아했다. 만든 인형들은 무척 정교해서 실물을 보는 것 같았다고 한다.




'시도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을 것이다!'


 타샤가 자녀에게 자주 들려주던 말이다. 그것이 그녀의 인생철학이었고 그녀가 인생을 살아가는 방식이었다. 큰 아들 세스는 이러한 어머니의 철학이 꿈과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데 큰 힘과 격려가 되었다고 말하며,

'누구나 그럴 수 있어요. 생각하지 말고 그냥 하세요!' 조언한다.



 누구나 꿈은 꿀 수 있다. 그러나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은 같다. 그저 꿈은 꿈일 이란 생각으로 노력해 보려고 시도조차 하지 않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지 않을까 싶다. 요즘 청소년들 중엔 꿈이 없다고 말하는 아이들도 너무 많다. 참으로 암담하고 슬픈 현실이다.



 내가 이 영화를 보면서 크게 감동한 부 바로 이 부분이다. 명확한 꿈이 있고, 또 꿈을 이루기 위거리낌 없이 실천을 행한다는 것은 얼마나 당당하고 멋진 일인가!


 달나라에 간 사람들처럼 뭐든지 간절히 원하면 이뤄진다던 타샤, 1971년 <빌 마을 축제>를 발표 이후 평소 살기 원했던 버몬트주로 이사하고 그곳에서 원하는 것을 다 이뤘다고 말한다.



 타샤는 18세기에 지어진 그녀의 친구 도리스의 오래된 집을 좋아했다. 똑같은 집을 지어주면 행복할 거란 말을 듣고 큰 아들 세스는 손수 집을 지어 어머니의 꿈을 이뤄주었다. 보통사람이라면 그렇게 큰 집을 직접 짓는다는 건 엄두도 못 냈을 게다. '시도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을 것이다!'라는 어머니 인생철학의 영향이 크다는 걸 느낄 수 있다.



큰 아들 세스가 어머니가 원하는 18세기 풍으로 어머니가 노년을 보내게 될 집을 직접 짓고 있다


아들 세스가 지어준 버몬트의 고풍스러운 생가. 이곳에서 30년간 정원을 가꾸며 행복한 여생을 보낸다.


사계절이 뚜렷해서 살고 싶어 했던 버몬트에서 여생의 꿈을 이루었다.


 그녀는 1830년대를 동경했다. 그 시대 생활풍습 그대로 살고 싶어 했다. 그래서 집 실내 인테리어도 고풍스럽게 꾸미고, 아미쉬 사람들의 생활방식에 매료되어 옷도 스스로 만들어 입고 무엇이든 직접 일구어 생활했다. 그녀는 불편함 따위는 문제 되지 않은 듯싶다. 시간이 걸리고 수고스러워도 1830년대의 향수를 누리길 원했고 전통 방식을 즐겼던 것 같다.



당시 유행이었던 짧은 머리와 짧은 치마가 싫었던 타샤는 직접 옷을 만들어 입었다



가축을 길러 우유를 짜고 계란을 얻었으며, 밭에서 곡식과 과채소를 직접 재배해서 그 시대 방식으로 만들어 먹었다. 심지어 양초도 직접 만들어 전기 대신 사용했다.



촛불 아래서 뜨개질을 하고 있는 타샤.


전통방식으로 양초를 직접 만들어 사용했다.


앤틱으로 잘 꾸며진 실내 모습. 전기 대신 양초를 주로 사용하여 실내가 어둡다. 그녀에게 불편함은 문제가 되지 않은 듯싶다.


손주 내외와 함께 전통방식으로 사과즙을 짜 마시며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타샤의 인생관이 담겨있는 영화 속 그녀의 어록들을 소개한다. 내가 요 몇 년간 법문을 통해 수행하며 깨달아가고 있는 행복의 비결을 그녀는 삶을 통해 스스로 다 꿰뚫고 있었다.



 "꽃들이 행복한지 아닌지는 바라보면 알 수 있어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만약 좋아하지 않은 곳에 살고 있다면 다른 곳으로 떠나세요!

할 수 있을 때 행복을 찾으세요.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어두운 면이 있지만 비관만 하고 있으면 인생에 그늘이 생겨요. 나는 내가 살고 싶은 대로 살아왔고 매 순간을 충실히 즐겼어요."




 "정원 가꾸기는 제 인생 자체예요. 저를 즐겁게 해 줘요. 즐겁지 않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아요. 정원 가꾸기가 가장 즐거워요. 그게 다예요. 아름다운 정원에서 밤하늘의 별을 보세요.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초원에 흐드러지게 핀 하얀 데이지가 떠올라요. 날아다니는 수많은 벌레들이 별처럼 빛난다니까요. 꼭 봐야 돼요. 하얀 데이지 꽃과 빛나는 벌레들.. 놀라울 정도로 아름다워요. 밤하늘의 별처럼요."


밤하늘의 별처럼 아름답다는 하얀 데이지 꽃무리


타샤가 좋아하는 헨리 소로우의 <월든>에 나오는 구절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고

상상해 온 삶을 살려고 노력하는 이라면

일상 속에서 예상치 못한 성공을 만날 것이다!'

-헨리 소로우의 <월든>


  "헨리 소로우의 <월든>에 나오는 제가 젤 좋아하는 구절이에요. 제가 원하는 삶을 담고 있어요.

저는 언제나 제가 원하는 삶을 잘 알았고,

항상 원하는 것을 얻었어요.

하지만 인내심이 필요해요. 인내심을 가지는 건 모든 일에서 중요해요.

참을성을 기르는데 평생이 걸린 거 같아요.

참기 어려운 순간도 있지만 기다리면 보상이 따라요."



 "요즘 사람들은 너무 바쁘게 살아요. 

그래서 놓치는 게 많죠. 

사람들이 행복의 비결이 뭐냐고 물어요.

저는 내면의 소리를 듣고

자신의 삶을 살라고 답하죠. 

꽃, 수련, 석양, 구름.. 모든 것들이

자연 안에 모두 있어요.

인생은 너무 짧아요. 즐겨야죠.

그렇지 않나요?"



 "전 언제나 행복해요

불행하게 살기엔 인생이 너무 짧아요.

사람들은 그걸 잘 몰라요"



 "행복해요.

늙는 게 꼭 나쁘지만은 않아요.

지금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해요." 



 "숲의 작은 생명들이 살아가는 방식이 흥미로워요.

동물들은 내가 누리는 것보다 작은 세계에서 살아가지만 모두가 만족스럽게 보여요.

사람들은 많은 것을 누리면서 더 큰 것을 원해요.

삶에 감사하는 것을 잊고 종종 끝없는 욕심을 부리기도 해요. 좋지 않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요."



아들 세스 : "다시 태어나면 어떻게 살싶으세요?"

타샤 : "난 이번 생도 바랄 나위 없이 만족스러웠단다."

세스 : "90세가 되어서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말이네요. 다른 것은 하고 싶지 않으세요?"

타샤 : "그럼, 지금이 가장 행복하단다. 늙어서 불편한 건 너무 쉽게 잊어버린다는 거야. 그것만 빼면 천국이야."


"난 이번 생도 바랄 나위 없이 만족스러웠단다"  - 타샤



"어머니는 고요한 물처럼 평화롭게 사셨죠.

자신만의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하셨어요.

흔들림 없이 앞을 향해 나아가셨죠.

고요한 물은 어머님이 만드신 표현인데

심각한 것도 신앙적인 것도 아니지만

잔잔한 물과 같은 삶을 지향하셨어요.

생활의 지혜라고 할까 즐거움을 스스로 만드셨어요

늘 행복해했고 후회 없는 삶을 사셨어요"

  - 큰 아들, 세스 튜더


사방으로 창이 나있어서 정원과 해와 달, 별을 볼 수 있었던 침실. 그녀의 행복했던 삶을 대변해주는 듯하다.


 그녀는 2008년, 향년 92세로 고요히 생을 마친다. 그녀가 영원히 잠든 밝은 침실이 그녀의 행복했던 삶을 대변해 주는 듯하다. 



내면의 소리를 듣고,

자신의 삶을 살며,

자연 안에 모든 것이 다 있다!


  삶의 멘토이신 법정스님의 가르침 그대로다. 성인다운 삶을 사는 사람은 배우지 않아도 스스로 모든 진리를 깨닫게 되는 가 보다.


 고요한 물처럼 평화로운 삶..

언제나 마음을 맑고 고요하게 유지한다면,

그녀가 지향하는 잔잔한 물과 같은 삶을 살게 될 것이다.


 잘 산 인생이란 내일 죽어도 여한이 없는 삶이라 했거늘, 타샤처럼 한결같이 행복했노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면 그것이 여한이 없는 삶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30년간 공들여 가꿔온 자연과 타샤를 닮은 정원, 그리고 그 공에 대답하듯 생기 넘치는 사랑스러운 꽃들. 정원 가꾸기가 그녀의 인생 그 자체였다고..


정원에서 몇 송이 꽃을 꺾어 주방 창가를 꾸미는 타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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