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서희 Mar 29. 2019

구석구석 쓸고 닦아라 -

정갈한 일상 속에서는 불결한 마음이 발 붙일 수 없다

어느 맑은날  봄 하늘


- 구석구석 쓸고 닦아!


일상생활 속에서 선정과 지혜를 닦아야 한다. 아침 일찍 일어나 밤동안 건조해진 화분에 물을 뿜어 주면서 잎새 하나하나에 따뜻한 눈길을 보내는 것도 선정이 될 수 있다. 비록 말이 없는 식물이지만 자기를 보살펴주는 마음씀에 생기에 넘치는 몸짓으로 응답하는 내밀한 생명의 신비를 느낄 수 있다면 그게 마음의 빛인 지혜가 아니겠는가. 화분이 없다면 집안 구석구석 쓸고 닦으면 된다. 쓸고 닦는 일을 귀찮은 청소쯤으로 잘 못 알아서는 안된다. 그게 바로  마음 닦는 구체적인 일임을 명심해야 한다. 흔히 마음을 닦는다고 하지만 우리가 몸담고 살아가는 바로 지금 이 자리가 마음이 살아 움직이는 현장이요, 내 눈에 보이는 것들은 마음이 투영된 사물들이다. 때문에 깨끗하게 쓸고 닦다 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일상생활 속에서 닦는 선정과 지혜는 그 자체가 삶의 모습이므로 거짓이나 위선이 발 붙일 수 없다.


법정스님의 <텅 빈 충만>에 있는 글이다.



2017년 10월, 우연한 기회에 시작한 108배 수행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500일을 넘기며 지속해 오고 있는데(나의 108배 수행과 그 효과에 대해선 언젠가 한 번쯤 글로 쓸 생각이다. 아직은 부족하고 이른 감이 있다), 내 안에 많은 변화는 느껴지지만(그건 확실하다) 여전히 한 번씩 무너지기도 하고, 또 특별한 이유 없이 마음의 평화가 깨지기도 한다.


마음을 맑히고 항상 고요하고 평온하기를 원하며 이런저런 수양 공부를 꾸준히 하고 있는데, 내 주변 구석구석을  쓸고 닦는 일이 마음 닦는 구체적인 임은 간과하고 있었던 것 같다. 어찌 보면 이유 없이 마음의 평화가 깨진 게 아니라 내 주변이 어지러울 때 어김없이 마음도 함께 어지러웠던 것 같다.


이 글을 읽은 후로 틈틈이 바지런을 떨며 구석구석 정갈하게 정돈하고 쓸고 닦고 있는데 이보다 더 참된 수양이 따로 있을 게 없다. 그러고 돌아 생각해보니 주변이 어지러운 가운데 마음수행이라니 처음부터 될 수행이 아녔던 것 같다. 그래서 500일을 넘게 108배 참회를 해오면서도 그렇게 더뎠는지도 모르겠다. 



일상생활 속에서 선정과 지혜를 닦는다!

 

화분에 물을 뿜어주고 잎새 하나하나에 따뜻한 눈길을 보내면 보살펴주는 마음씀에 생기 넘치는 몸짓으로 응답하는 내밀한 생명의 신비! 그것을 느껴본 사람이라면 그 맘을 십분 이해할 수 있다.


식물에게 물을 주며 '사랑해~' 속삭이며 쓰담담 해주면 어느 순간 화초의 잎이 파랗게 윤기를 낸다. 정말 신비롭다. 그때 내 맘도 함께 맑은 윤기를 머금는 그 자체만으로 자연스러운 수행이 아닐까 싶다.



정갈한 일상 속에서는 불결한 마음이 발 붙일 수 없다.


그래서 오늘 아침도 창을 활짝 열어 맑고 포근한  봄기운을 듬뿍 들이고, 밤동안 탁해진 공기를 맞바꾸는 것으로 마음의 공기도 함께 정화시킨다. 이렇게 나는 어제와 다른 또 하루의 선물을 감사한 마음으로 시작하고 있다.



동화작가 타샤 튜더의 맑은 창가




108  

https://brunch.co.kr/@seoheek/71


 

https://brunch.co.kr/@seoheek/77

https://brunch.co.kr/@seoheek/76



작가의 이전글 타샤 튜더 Tasha Tudor ..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