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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서희 Apr 30. 2020

침묵이라는 것

침묵이라는 무기 - 코르넬리아 토프


인간의 말은 군더더기이다.
새소리, 바람소리, 물소리..
거룩한 침묵의 자연의 소리를 들어라
자연이 부처님이다.   - 법정



평소 법정 스님의 말씀을 통해 침묵의 의미를 새기곤 했다. 평소에도 수다스러운 사람은 아니었지만 점점 더 말 수를 줄이게 된다. 말하기에 앞서 꼭 필요한 말인가 생각하고 다시 삼키는 일이 많아졌다. 의미 없는 말들로 이러쿵저러쿵 대화가 길어지면 지루하고 피로감마저 느껴져 가급적 말은 자제하는 게 습관이 되었다.


요즘은 오디오북이나 책 읽어 주는 유튜버를 통해 독서를 즐긴다. 따로 시간 내지 않고도 귀에 이어폰을 꼽고 일하면서 동시에 책을 읽는 샘이다. 눈감고 잠들기 전까지 누군가 책을 읽어 주니 매우 감사할 따름이다. 무엇보다도 내가 모르는 양서들을 손쉽게 소개받고 선택해 읽을 수 있어 좋다. 그렇다 해도 모름지기 책 읽기는 비스듬히 기대어 앉아 책을 들고 한 장 한 장 넘겨가며 읽다가 잠깐씩 무릎 위에 내려놓고 되새겨 보는 여유, 또 책갈피를 고 잠시 쉬어가며 읽는 그 맛이 최고이긴 하다.


어젯밤엔 독일 작가 코르넬리아 토프의 <침묵이라는 무기>를 들었다. 침묵의 가치는 이미 내 맘속에 매우 중요한 가치로서 자리하고 있지만 이 책을 들으며 또 한 번 느슨해진 입을 추슬렀다.


'당신은 지금보다 나아질 수 있다. 당장 그 입을 다물기만 한다면...'

책 표지를 넘기면 작가 소개 위쪽에 짧게 이런 말이 적혀있다. 이 책에서 앞으로 다룰 내용이 이 한마디로 다 설명될 것처럼 강한 인상을 주는 구절이었다. 문득 그간 소홀해진 내 입이 부끄러운 기분이 들었다.



다음은 책을 듣다가 새겨둘 만한 부분을 따로 정리한 것이다.

'쉬지 않고 계속 말하는 사람은 상대를 이해할 마음이 없는 것이다'라고 저자는 말한다. 상대의 말은 듣지 않고 끊임없이 자기 말만 계속하는 사람은 대화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자기 말만 하는 거라는 것이다.

'모욕과 비난을 받았을 때는 대응하지 말고 상대의 말을 경청하라 그리고 침묵하라'라고 했다. 즉답은 절대 금물이다. 반사적으로 나온 대답은 부정적일 수가 많고 짧은 생각으로 뱉어버린 말엔 후회를 낳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저자는 상대가 무슨 말을 하던지 일단 입을 다물고 생각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굳이 말을 할 때는 간략하게 말하고, 효과적으로 잠깐 멈춤(pause)을 사용하라고 이른다. 즉, 말하기에 앞서 잠시 생각을 정리하고 꼭 필요하거나 깊은 생각을 거친 후 후회 없는 말을 하라는 것이다. 나는 이 부분이 말하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자세라고 생각한다.


''말을 배우는 데는 2년이 걸리지만 침묵을 배우는 데는 평생이 걸린다!'' - 어니스트 헤밍웨이


'다른 사람과 최고의 소통수단은 진짜 관심이다'라고 저자는 말한다. 진짜 관심만이 좋은 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관심도 없는데 그냥 궁금한 척 질문을 던지는 것은 진실한 대화를 이끌어 낼 수 없다. 사람들이 침묵을 견딜 수 없는 이유는 침묵 자체보다 자신이 타인에 대해서 전혀 관심이 없다는 사실 자체를 인정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내가 관심이 있는 것처럼 뭔가 궁금해하는 척 가짜 관심을 들어내 보인다는 것이다. 그러나 혼이 없는 질문엔 똑같이 혼이 없는 답변이 오기 마련이고 의미 없는 대화가 오갈 뿐이다. 차라리 침묵 속에 더  진심이 담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잠깐 침묵의 어색함을 견뎌내면 더 진솔한 내가 거기에 있다.


'진정한 휴식은 고요한 정적 가운데서 쉬어야만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다'라고 저자는 말한다. 사방이 정적에 휩싸이면 보통은 불쾌하고 당황스러운 일들, 귀찮고 성가신 일들이 먼저 떠오른다고 한다. 심지어 티베트의 달라이 라마도 그렇다고 스스로 얘기했다고 한다. 문제는 우리가 정적, 고요에서 오는 부정적인 생각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 것으로부터 도망치려 하고 불쾌한 생각을 쫓아내려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간단한 해결책이 있다고 하는데 그것은 바로 자신의 마음과 대화를 하라는 것이다. 불쾌한 생각들이 떠오를 때 무조건 떨쳐내려고만 할게 아니라 자신과 대화를 나눠 보라는 것이다. 글로 써보아도 좋다고 한다.

난 다행히 고요한 정적을 매우 좋아한다. 고요할 때 비로소 온전한 나를 만날 수 있다. 남에게 맞추지 않아도 된다. 오롯이 내가 하고 싶은 할 수 있는 자유를 얻게 되는 것이다. 그것이 홀로 있어도 외롭지 않고 오히려 더 행복한 이유이다.



침묵이라는 무기!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침묵의 가치와 의미, 방법, 침묵의 효과적인 부분까지 이해시키고자 했다. 간단한 메시지지만 침묵에 한 거라면 그 어떤 것이라도 귀담아들을만하다.



나는 처음 법정스님의 말씀으로 되돌아 가서 이 글을 마치고자 한다. 법정스님의 침묵은  더 무거운 침묵으로 내게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말은 군더더기이다.
새소리, 바람소리, 물소리..
거룩한 침묵의 자연의 소리를 들어라
자연이 부처님이다.  - 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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