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 사이

by 서히

길을 걷다 길고양이 한 마리와 눈이 마주쳤다.
고양이는 도망치지도, 다가오지도 않은 채
그 자리에 잠시 멈춰 서 있었다.

몸은 낮게 긴장되어 있었고, 시선은 나를 스치듯 머물렀다.

움직임보다 먼저
멈춤이 선택된 상태처럼 보였다.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멈춤에는
주변을 살피는 데 충분한 여유가 담겨 있었다.


고양이는
위험하다고 판단하지도,
안전하다고 확신하지도 않은 채
그 사이에 머물고 있었다.


판단을 미루는 시간,
다음 움직임을 서두르지 않는 태도였다.

잠시 후 고양이는
조용히 방향을 틀어
다른 길로 사라졌다.
그 선택에는
설명도, 망설임도 보이지 않았다.
멈춤이 끝나자

이동이 자연스럽게 이어졌을 뿐이다.


그 장면을 지나오며
나는 생각했다.
어떤 순간에는
앞으로 가는 것보다
잠시 멈춰 서 있는 일이
더 정확한 선택일지도 모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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