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음처럼 흩어지던 하루

혼란이 처음 감각에 닿는 방식

by 서히

하루는 대부분 소음으로 시작된다.

알람 소리, 문을 여는 소리, 누군가를 부르는 목소리.
그 소리들은 의미를 묻지 않은 채 몸에 먼저 닿는다.


어떤 날은
그 소음들이 너무 빨리 쌓여
아무것도 남기지 못한 채 흩어진다.
무엇을 들었는지도,
어디까지 왔는지도 모른 채
하루가 지나가 버린다.


나는 그런 날이면
곧바로 무엇을 하려 하지 않는다.
선을 긋지도, 색을 고르지도 않는다.

그저 한동안 멈춘다.

아직 형태가 되지 않은 감각이

어디에 머물고 있는지 기다린다.

소음은 늘 나쁜 것이 아니다.
그저 삶의 배경음일 뿐이다.
다만 너무 빠르게 지나가면
아무 리듬도 남기지 않는다.
리듬이 생기려면
한 번 더 듣는 시간이 필요하다.

같은 소리를 여러 번 듣다 보면
처음에는 들리지 않던 것들이 남는다.
어디에서 멈추고 싶은지,
어디까지는 더 견딜 수 있는지.
그 작은 감각의 차이가
하루의 결을 바꾼다.


나는 음악을 전공했고,
지금은 회화를 한다.
하지만 이 글은
장르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세계에 반응하는 감각이
어떤 방식으로 남는지에 대한 기록이다.


어떤 소리는 선이 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고,
어떤 감정은 아무것도 되지 못한 채 사라진다.

그 차이는 재능이 아니라, 어디에서 멈추었는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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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재는 질서를 설명하기 위해 쓰이지 않는다.
혼란 속에서도 아직 사라지지 않은 감각을
조용히 붙잡기 위해 쓰인다.

오늘도 하루는 소음처럼 흩어질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아주 짧은 순간,
그 안에서 멈출 수 있었다.


그 멈춤이
이 글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