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는 법, 보는 법, 멈추는 순간에 대하여
우리는 모두 비슷한 소리를 들으며 하루를 보낸다.
하지만 같은 하루를 지나도 각자가 붙잡는 장면은 다르다.
어떤 사람은
끝내 지나쳐 버린 말을 기억하고,
어떤 사람은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은 침묵에 머문다.
그 차이는 생각보다 사소하다.
어디에서 멈추었는가, 그 한 지점의 차이다.
무엇을 소중히 여기는지는
대단한 선택에서 드러나지 않는다.
오히려
무심히 지나칠 수 있었던 순간 앞에서
얼마나 잠시 머물렀는지에 남는다.
나는 작업을 하며
그 사실을 자주 확인한다.
선을 긋다 말고 멈춘 자리,
색을 더하지 않은 채 남겨둔 면.
그 선택들은
내가 무엇을 쉽게 지나치지 못하는 사람인지를
조용히 드러낸다.
우리는 보통 무엇을 더 할 것인지에 집중한다.
하지만 감각은 무엇을 하지 않기로 했는지에서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더 그리지 않은 이유,
더 듣지 않은 이유.
그 멈춤에는 각자의 기준이 숨어 있다.
나는 음악을 배웠다.
리듬은 흐르는 시간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쉼표가 있어야 소리는 비로소 형태를 갖는다.
멈추는 지점이 없으면 아무리 많은 소리도
그저 소음으로 지나갈 뿐이다.
삶도 비슷하다.
하루를 가득 채웠다고 해서
그 하루가 남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서 멈추었는지,
무엇 앞에서 속도를 늦췄는지가
하루의 결을 만든다.
이 글을 쓰는 동안
나는 계속해서 내가 멈춘 지점들을 되짚는다.
그 멈춤이 우연이었는지,
아니면 오래 반복된 선택이었는지.
어쩌면 우리가 무엇을 소중히 여기는지는
말로 설명되는 것이 아니라
몸이 먼저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발걸음이 늦춰지는 순간,
시선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 자리에서
이미 드러나고 있을 것이다.
이 연재는 그 멈춤들을 기록하는 일이다.
더 잘 보기 위해서도,
더 빨리 나아가기 위해서도 아니라
삶을 함부로 통과하지 않기 위해
잠시 머무른 흔적들에 대하여.
어디에서 멈출 것인가는
결국
어떻게 살 것인가와
같은 질문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