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명의 순간

서로를 울리고 흔드는 관계의 순간

by 서히


나의 감각은 혼자 있음의 감각이 아니다.

고립된 감각이 아니라, 외부 세계와의 끝없는 반응 속에서만 존재하는 감각이다.
사물일 수도, 타자일 수도, 자연일 수도 있는 세계가 있기에
나는 감각하고, 그 반응 속에서 살아 있음을 확인한다.

이해할 수 없는 선과 면, 색들이 서로 부딪히고 겹치며
예측할 수 없는 감각적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과정 ―
그것이 곧 살아있는 삶의 모습, 그리고 예술의 본질이다.


세계와 나, 그 사이의 흔들림

나와 타자, 사물과 자연이 빚어내는 긴장은
캔버스 위에 흔적으로 남아 새로운 관계를 생성한다.
선과 면이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만나
예측 불가능한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과정은
삶이 품고 있는 불확실성과 겹쳐진다.


외부가 없으면 감각도 없다.
이 단순한 사실은 나의 회화를 하나의 "관계의 장(場)"으로 만든다.
겹겹의 레이어와 충돌하는 색채는 단순한 조형이 아니라,
나와 세계가 서로를 인식하고 울리는 살아 있는 "공명(共鳴)의 순간"이다.


그림은 혼자 그리는 것이 아니라,
세계와 함께 그려지는 일이다.
그 만남의 순간마다 나는 흔들린다 —
그 흔들림 속에서 비로소 ‘살아 있음’을 듣는다.


공명, 세계와 나를 잇는 파동

공명은 나의 내면이 세상을 향해 열리는 순간이다.
그것은 닫힌 주체의 울림이 아니라,
세상이 내 안에서 스스로 울리는 진동이다.

타자와의 관계 속, 돌봄의 현재 속, 자연과의 교감 속에서
모든 소음은 나와 세계 사이의 역동적 에너지로 작동한다.

이 진동의 언어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색과 선, 질감으로 존재의 흔적을 남긴다.
그것은 ‘나’를 넘어서 ‘우리’를,
개별의 감각을 넘어선 세계의 리듬을 드러낸다.

공명을 탐구한 예술가들

프랑스의 현대미술가 이브 클랭(Yves Klein, 1928–1962)
‘단색 회화(Monochrome Painting)’와 ‘국제 클랭 블루(International Klein Blue)’로 잘 알려져 있다.
그에게 푸른색은 단순한 색이 아니라, 존재의 파장(波長)이었다.

그의 푸른 단색화 속에서는
인간의 몸, 하늘, 공간의 에너지가 하나로 진동한다.
그는 색을 물질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세계와의 공명(共鳴)으로 여겼다.

그는 " 푸른색은 무한과 닿은 공간”이라 말하며,
하늘과 공기, 존재의 떨림을 하나의 색으로 응축했다.

그의 작품 속 푸른색은 하늘의 공기를 닮았다.
그 안에서 경계는 사라지고,
인간과 세계는 서로의 호흡을 나누며 하나의 진동으로 이어진다.
그의 푸른 화면은 고요하지만,
그 속에는 무한히 울리는 ‘존재의 숨’이 머문다.


Yves Klein, IKB 191, 1962. Pigment and synthetic resin on canvas. © Archives Yves Klein


아이슬란드계 덴마크 출신의 설치미술가 올라퍼 엘리아슨(Olafur Eliasson, 1967– )
빛, 물, 공기, 안개와 같은 자연 현상을 공간 속에 재구성하며
관객의 감각과 인식이 맞닿는 ‘체험의 공명’을 시각화한다.

그의 작업은 감각을 매개로 한 공존의 철학을 제시한다.
빛과 그림자, 온도와 습도, 냄새와 흐름 같은 물리적 요소들이
하나의 환경으로 엮이며, 관객은 그 안에서 자신이 세계와 연결되어 있음을 체감한다.

엘리아슨에게 빛은 단순한 시각적 경험이 아니라 인식의 과정이다.
그는 감각을 개인의 영역이 아닌, 서로의 감각이 겹치는 공유된 장(場)으로 바라본다.
우리가 어떤 빛을 보고, 어떤 색을 느끼는가 하는 일은
결국 ‘함께 살아 있는 세계를 경험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의 공간 속에서 관객은 더 이상 외부의 구경꾼이 아니라,
빛과 바람, 시간과 함께 호흡하는 존재가 된다.


The Weather Project, 2003. Installation view, Turbine Hall, Tate Modern, London. © Olafur Eliasson



우리나라의 현대미술가 이우환(Lee Ufan, 1936– ) 역시

캔버스 위에 남겨진 붓의 ‘한 획’으로 세계와의 관계를 사유하며

존재와 비존재 사이의 침묵과 울림의 공명을 그려내며
‘만남의 예술’을 이야기했다.


붓이 머물렀던 흔적과 여백의 공간이
서로 울릴 때 비로소 화면이 완성된다고 믿었다.
그의 한 획은 존재의 대화이며, 침묵 속의 공명이다.


Lee Ufan, From Line, 1978. Mineral pigment on canvas. © Lee Ufan.



나의 공명, 나의 회화

나의 작업은 세상의 소음과 나의 내면이 만나 감각하는 지점,

흔들림의 순간에서 시작된다.
색은 서로 부딪히며 새로운 울림을 만들고,
그 울림은 다시 나를 흔든다.


나는 그 반복되는 파동 속에서
삶이 나를 어떻게 통과하고 있는지를 그린다.

공명은 결국 관계의 미학이다.
그림은 혼자 그리는 것이 아니라,
세상과 함께 그려지는 것이다.
한 획, 한숨, 한 결이
타자와의 관계 속 진동으로 이어질 때,
그림은 비로소 살아 있는 언어가 된다.


SeoHee, 사라지지 않는 것 (That Which Does Not Vanish), 2025. Acrylic and mixed media on canvas. © SeoHee







작가 메모

공명은 나와 세계가 서로를 흔드는 순간이다.

그 흔들림은 형태를 넘어 존재의 리듬이 된다.

나는 그 속에서 살아 있음의 가장 순수한 떨림을 느낀다.





당신에게 '공명'은 어떤 순간으로 다가오나요?
타인의 존재가 당신 안에서 떨림으로 다가왔던 경험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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