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질문에서 시작된다.

- 말보다 먼저 도착하는 감각의 떨림

by 서히
“내가 왜 예술을 하는가를 묻는 일,
그것이 예술의 시작이다.”
—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 1887–1968)

20세기 현대미술의 흐름을 뒤집은 개념미술의 선구자 마르셀 뒤샹.
그는 1917년, 전시장에 하나의 변기를 놓고 그것을〈샘(Fountain)〉이라 불렀다.


이 단순한 행위는 “무엇이 예술을 예술이게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세상 앞에 던졌다.

뒤샹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예술은 질문하는 행위’ 임을 보여주었다.

그의 이후로 예술은 더 이상 ‘만드는 일’에 머무르지 않고, ‘사유하는 일’로 확장되었다.

그가 남긴 것은 작품이 아니라 하나의 물음이었다.


Marcel Duchamp, Fountain, 1917 — 세라믹 변기에 검은색 페인트, 서명 ‘R. Mutt 1917’


나에게 그의 말은 예술의 본질을 되묻는다.
예술은 완성된 형태가 아니라,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 속에서 지금도 살아 움직이는 과정이다.


그래서일까.
그림을 그릴 때마다 나는 이유를 찾는다.
무엇을 표현할까 보다,
왜 그려야 하는가를 먼저 묻는다.

그 대답을 찾지 않으면,
손이 움직여지지 않는다.


그 질문은 언제나 언어보다 먼저 찾아온다.
말이 되기 전의 감각,
손끝의 떨림,
호흡 사이의 여백처럼 다가온다.

예술은 그 떨림을 붙잡는 일,
설명할 수 없는 어떤 감정과 마주하는 과정이다.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형태를 완성하는 일이 아니라,
그 감각의 흔적을 따라가는 일에 가깝다.

감각의 흔적을 따라가다 만나는 질문들은
또다시 나를 혼란과 불안 속에 머물게 하지만,
그 속에서 나는 다시 예술을 만난다.

정답이 없는 길을 따라가며,
나는 매번 새로운 시작점 앞에 선다.

어쩌면 예술은
세상을 이해하기 위한 방식이 아니라,
세상을 감각하기 위한 또 다른 언어일지도 모른다.


그 언어를 배워가기 위해,
나는 말보다 먼저 도착하는 감각의 떨림에 귀 기울인다.
그 떨림의 정체를 집요하게 질문하며,
그 속에 숨어 있는 진실을 마주하는 과정—
그것이 예술의 시작일지 모르겠다.


이 연재는
그 시작의 문을 다시 열어보려는 나의 시도이자,
그 문을 지나 또 다른 질문으로 향하는 여정이다.





작가메모.

“예술은 정답을 찾는 일이 아니라, 감각의 떨림을 따라 질문을 계속 이어가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