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혼란 속에서도 피어나는 생명의 리듬
나는 소음에 예민한 사람이다.
내가 이렇게 소음에 예민한 사람인지 몰랐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면서 확신하게 되었다.
아이를 돌보는 일은
하루 종일 소음 속에서의 일상을 견디는 일이다.
아이들의 웃음소리, 울음소리,
예고 없이 터지는 높은 데시벨의 음성들이
내게는 너무도 버거웠다.
거기에 엉키는 발소리, 뛰어노는 소리,
설거지, 청소기, 세탁기의 진동음까지—
집 안은 늘 다양한 소리로 가득 차 있었다.
하루를 통째로 소리 속에서 보내야 했다.
가족과 나들이를 나갈 때면,
좁은 차 안에서 도망칠 틈도 없이
두세 시간 동안 그 소리를 견뎌야 했다.
그럴 때면 몸이 먼저 긴장했다.
온몸의 감각이 바짝 깨어났다.
나는 그런 나 자신을 한 번 그려보고 싶었다.
그것이 내가 ‘소음’이라는 세계에 주목하게 된 첫 순간이었다.
나를 둘러싼 소리와 세상 사이의 긴장,
그 관계 속에서 내가 느끼는 감정들을
그림으로 옮겨보고 싶었다.
소음은 내게 불편함이자 동시에 질문이었다.
왜 어떤 소리는 고통으로 들리고,
어떤 소리는 위로가 되는가.
불협과 질서의 경계에서,
나는 늘 감정의 진폭을 경험했다.
그 진폭을 따라가다 보면
소음은 단순한 소리가 아니라,
내 안의 감정의 질감이 되어 있었다.
그림을 그릴 때 나는
그 질감의 표면을 더듬듯 선을 긋는다.
때로는 부딪히고,
때로는 스쳐가며,
색이 겹치고 번지면서
하나의 리듬이 생긴다.
그 리듬은 혼란스럽지만 살아 있다.
질서보다 생명에 가까운 리듬,
그것이 내가 느끼는 소음의 본질이다.
소음은 나에게 불안의 다른 이름이자,
동시에 돌봄의 감각이다.
삶은 결코 매끄럽지 않다.
우리는 매일의 균열 속에서
서로의 소리를 감내하며 살아간다.
그 과정이 바로 돌봄이고,
그 돌봄의 리듬이 내 그림 속에 남는다.
그래서 나는 소음을 그린다.
혼란과 불안 속에서도
생명은 여전히 피어나고 있다는 것을 믿기 때문이다.
작가메모.
“소음은 불완전한 삶이 내는 숨소리이며, 나는 그 숨을 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