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팀장

8. 팀장의 역할이 어려운 이유(2)

by 오얼 OR

팀장이 고민하는 일은 팀장이 고민하는 것으로 끝나기를 바라지 그 사람보다도 월급도 적게 받고 직책도 없기 때문에 책임도 적게 가져야 하는 나에게 그 일이 전가되는 것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우리 팀의 한 부분을 맡고 있는 한 사람의 실무자일 뿐이야.’라고 스스로를 세뇌한다. 갑자기 책임감에 불타는 일이 생길 것 같아도 오늘 저녁에 있을 동호회나 모임을 생각하면서 회사의 일은 자기계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규정 짓는다. 그러다 보면 날 세워 일하는 팀원은 없어도 날 세워 일하는 팀장만 남게 된다. 그러는 상황에서 실적이 안 나와 팀장의 신상에 문제라도 생기게 되면 팀원들 모두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회사에 충성해야 아무 것도 안 남는다고 이야기하며 자신의 팀장을 불쌍한 인간의 대열에 합류시킨다.

15년 전 신입사원일 때를 생각하면 입사를 위한 토익점수의 평균은 적어도 150점은 올라간 것 같고 해외연수나 공모전, 인턴 등 외국 대학을 다니면서나 할 법한 경험들도 입사를 지원하는 대다수의 대학생들이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가 학교 과학시간에 배웠듯이 별에도 겉보기 등급과 절대 등급이 있는 것처럼 절대적인 수준은 거기서 거기인데 겉보기 등급은 엄청 밝아진 것처럼 새로 들어오는 입사자들은 팀장들이 입사했을 시기의 수준과 상대적으로 많은 것을 갖추고 오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건 상대적인 것이고 겉보기 등급에 불과하다. 팀장의 입장에서 신입사원이 입사한 후의 행동을 살펴보면 과거에 비해 영리한 사람을 선발했다고 느끼겠지만 면면을 뜯어보면 영리한 게 아니나 영악한 사람을 뽑았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어떤 경우든 절대적으로 좋고 나쁜 것은 없는 일장일단(一長一短)의 상태라고 해도 팀장에 대해 기대와 요구사항이 많아지는 것은 팀장 노릇하기 힘들어지는 상황으로 치닫게 될 것이고 나이를 먹어가고 일과 조직이 익숙해 지면 점점 편해질 것이라는 기대는 수포로 돌아갈 것이 뻔하다.

어느 날 한 대기업의 팀장을 하고 있는 친구가 찾아와 한숨을 쉬었다. 영리한 팀원들의 영악한 행동 때문이었다. 물론 그렇지 않는 친구도 있다고 했다. 다섯 명의 팀원 중 한 명뿐이어서 그렇지. 그 친구는 왜? 걔들은 나보다 학벌도 좋고 영어 점수도 좋고 여러 경험도 하고 입사했는데 일은 꼼꼼히 깊이 생각하고 못하냐는 투정 섞인 한숨을 내뱉었다.

그렇다. 겉보기 등급이 좋은 친구들이니까. 인성과 열정마저도 훈련해서 어려운 취업의 관문을 뚫고 대기업에 입사한 우수한 재원들이니 상대적으로 일을 열심히 하지 않아 보이는 것은 당연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돈 받은 만큼만 해야 한다는 누가 정해주지도 알려주지도 않은 객관적이지 않은 자신 만의 잣대와 자신의 팀장에게는 크게 배울 것도 없고 비전도 없다는 생각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언젠가부터 회사를 떠나는 팀원들에게 왜 그만 두냐고 물어보면 비전과 자기계발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냥 돈을 더 많이 벌고 싶다고 해도 좋고 회사 돌아가는 프로세스가 너무 엉망이고 사람들도 그들과의 관계도 별로라 떠나고 싶다고 해주면 좋겠다. 하지만 나도 자유롭지 않듯이 그들도 이직을 할 때 어딘가에서 평판조회를 할 수도 있고 그 평판을 조회해 줄 사람이 나일 수도 있어서 이면에는 연봉과 조직의 문제가 있어도 표면에는 자신의 꿈을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나는 내 앞에서 한숨을 쉬고 있는 그 친구에게 “너 걔들 말 다 믿냐?”라고 물어봤다. 팀원들을 불신하라고 던진 말은 아니었다. 아직도 가슴 속은 팀원들에 대한 화로 부글부글 끓고 있는 데 그래도 내 구성원들이니 나 엿먹으라고 그러지는 않겠지 라는 일말의 세뇌적인 자기 믿음을 갖고 있는 친구에게 다시 객관적으로 자신의 팀을 정비할 수 있는 생각을 갖도록 마음을 열어주고 싶었다.

사람은 스스로가 파놓은 우물 밖으로 나와서 다른 공기를 마셔야 할 때 가장 많이 힘들다. 검은 머리를 가지고 있는 모든 존재들은 객관적인 눈으로 보아야 한다. 팀원들은 팀장을 그렇게 보고 있는데 팀장은 식구로 생각한다면 그 괴리 자체가 서로의 소통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일은 일로 보고 관계는 관계로 보려고 노력하는 게 현재 젊은 세대들의 모습이기도 하고 개성을 지키고 필요 이상의 참견을 거부하는 것도 그들의 특성이기도 하다. 그 특성이라는 것도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최소한 조직의 팀장에게는 그들의 특성이 나타날 것이다.

팀원들의 기대와 요구사항을 모두 반영해 줄 수 없다는 전제에서 팀장 생활을 해야 한다. 자신이 슈퍼맨도 아니고 회장님 아들도 아니면서 다 해주려고 노력하는 것 자체가 자기 우물을 더 깊이 파는 것일 수 있다. 팀장 자신도 그 자리에 왔으니 영리한 사람이자 영악한 사람이다. 왜 그 자리에만 도착하면 과거를 잊고 새 출발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대다수가 계속 그런 사이클을 반복하니 신임 팀장이 된 누구에게나 시행착오와 과정, 한 사람의 리더로 서기 위해 겪는 여정은 끊임없는 도돌이표를 그리게 된다.

영리함과 영악함 어떻게 보고 어떻게 대응해야 할 지 생각해 볼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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