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팀장의 역할이 어려운 이유(1)
힘과 권위에 의존하던 시대는 이제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종언한다. 팀장은 이제 서번트(Servant)리더십을 갖추고 싶지 않더라도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시대적 흐름에 놓여있다. 예전에는 ‘얍삽하다.’라고 말하던 팀원들의 모습이 이제 보편적이 되었고 자기 밥그릇을 챙기지 못하고 팀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들은 바보 취급을 받는 정도가 아니라 커리어를 관리하지 못하는 아둔한 사람이 될 지경이다.
이제 팀원들은 팀장에게 이전과는 다른 것들을 요구한다. 과거에는 인사고과를 챙겨주고 연봉협상이라고 부르기에는 우리나라 기업 구조는 조악하지만 연봉을 좀 챙겨줄 수 있는 그런 상사를 원하는 사람이 많았다. 기대할 것도 별로 없었고 IMF이후 더디게 성장하더라도 어쨌든 약간의 성장이라는 것이 존재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기업의 수익도 구조도 정체되어 있다. 수익이 정체되어 있다는 말은 맞지 않는 말이겠지만 어차피 수익이 많이 발생하는 대기업도 직원들에 대한 낙수효과는 미미하니 크게 대기업에 다닌다고 해서 부러움을 살만한 시대도 지나가고 있다. 사람은 선발을 안 한다. 사람 선발을 안 하면서부터 우리는 먼저 청년실업이라는 문제에 부딪치게 되지만 다니는 사람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차/부장인 실무자가 수두룩하고 IMF때 속된 말로 무더기로 명예퇴직을 시키고 둘이 하던 일은 혼자 하는 거라며 늘어난 업무량에 한탄하던 시대는 벌써 지났다. 지금은 둘이 할 일이 아니라 열이 할 일을 하라고 해도 회사에서의 생존을 먼저 생각해야 할 시기다. 어느 날 지인의 얘기를 들었는데 좀 과장된 면도 있겠지만 예전에 자기 부서에 스무 명이 함께 일을 나눠 맡았었는지 지금은 그 일을 하는 사람이 자기 하나라며 씁쓸해 했다. 실제 상황이다. 그런데 조직의 확장이나 보직자의 증가는 좀처럼 답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현실적 상황은 상황이니까 받아들여야 한다고 하면 해야겠지만 무엇보다도 팀장을 힘들게 하는 건 팀원들이다. 하루를 통틀어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자신의 가족보다도 더 오래 붙어 있는 팀 구성원들 그들이 가장 큰 고민거리이다. 팀장과 팀원의 이심전심(以心傳心) 즉 심도 있고 근본적인 소통은 불가능하다가 가정을 하더라도 과거와는 달리 너무 말을 듣지 않는다. 팀원들은 팀장이 자기 의견을 이해해주고 수용해주지 않는데 염증을 느끼지만 팀장도 샌드위치의 햄처럼 중간에 껴 있기 때문에 위에 보고할 수 있을만한 아이디어와 보고서를 원한다. 그런데 그게 수준미달이다. 이 문제는 과거로 거슬러올라가면 우리나라의 기업이 암묵적으로 종신고용을 전제로 하던 시대에는 완전한 수직적 구조로 조직이 구성되어 있었고 팀장도 아니고 부장님, 우리 부장님이 보고할만한 보고서는 밑에서 알아서 다 만들어서 갖다 바치는 문화가 자리 잡혀 있었다. 15년 전 사원일 때만 해도 우리 부장님은 이름은 팀장으로 중간에 바뀌었지만 파워포인트과 워드고 하실 줄 몰랐다. 다만 과거에 재무부장을 하신 이력이 있어 엑셀은 다룰 줄 알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서 내가 낸 보고서가 회장님 보고까지 가야 한다는 무의식적인 책임감이 사원인 나까지 짓눌렀고 더 고민해서 십자수를 놓듯이 한 땀, 한 땀 주말까지 반납해 가면서 보고서를 만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도 수많은 빨간펜질로 난도질을 당하고도 많은 지적을 받는 내 자신을 탓했었다. 그러던 세월이 지나 IMF 이후 채권자가 시켰다고 후기에는 많이 써 있지만 구조조정이 시도 때도 없이 지금도 꾸준히 일어나고 있고 그 사이 조직 문화를 많이 변해 우리는 이제 회사에 같이 근무하는 사람들에게 가족이라는 말을 함부로 쓰지 않는다. 아니 누군가가 우리가 식구라고 이야기하면 속으로 까칠하게 반문할 것이다. ‘우리가 왜 식구에요? 밥 같이 먹는다고 다 식구인가?’ 그 결과의 아주 일부겠지만 우리는 우리 팀 막내에서 팀장까지 그 누구도 해고와 명퇴에 자유롭지 않기 때문에 늘 머리 속에 돈 받은 만큼만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더 심각한 더 큰 일을 초래할 보고서는 되도록 작성하지 않는다. 왜? 줄어든 인원을 보면서 벌일 수도 있는 그 일은 누가할 것이며, 그게 과연 내가 먹고 사는 데 내 연봉에 내 승진에 얼마나 도움이 되겠냐는 생각이 마음 한 켠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 마주보고 웃으면서 서로 다른 생각을 한다. 옛날 옛적에는 팀장이 못 알아듣게 말해도 찰떡 같이 알아들은 척하고 밤새 고민하던 일들이 지금은 21세기형으로 개발된 선택적 청취 기술을 장착하고 안 듣기 신공으로 모든 내용을 패스하는 초능력을 각자가 갖게 되어 그 일을 맡거나 할 일이 없어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