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리더십과 팔로워십, 야누스의 두 얼굴
어느 팀장이든 보직을 맡을 때까지 힘들지 않았던 사람은 없다. 그냥 흐르는 대로 오다 보니 팀장 자리에 앉게 된 사람은 없는 것이다. 조직의 기준에 맞추어 생활했고 성과 기준에 맞춰 우수한 성적을 보였으며 팀장의 충실한 팔로워로서의 역할을 성실하게 이행해 온 것이 사실이자 현실이다. 최고라기 보다는 조직이 제시하는 기준점을 넘어서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해 온 사람이다.
예전처럼 사원에서 대리, 대리에서 과장이 되면 진급이라는 계단을 올라서는 기분과 역할의 변화가 비교적 뚜렷했다면 부서의 개념보다는 팀의 개념이 강한 조직 구조이고 보직자와 비보직자, 팀장과 실무자로만 역할이 양분화 되어 있다. 팀장의 자리를 차지하지 못하면 사원이든 부장이든 각자의 업무를 수행하는 실무자일 뿐이다. 그래서 팀장이 되는 것이 더 특별한 이벤트인지도 모른다. 남다른 한 단계를 올라섰다는 기분, 하지만 그 기분도 잠시 신임 팀장이 되면 한 두 달도 안돼서 역할 정체성이라는 첫 번째 장애물(허들)을 만나게 된다.
뭔가 권한을 가지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번번히 수포로 돌아가게 되고 본부장과 팀원 사이에서 샌드위치가 되어 리더이자 팔로워로서 해야 하는 역할행동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실무자였을 때는 정량적인 지표에 매달리면 됐지만 지금은 리더이기 때문에 정량적 수치를 채우면서 정성적인 부분까지 챙겨야 한다. 팀의 성과지표는 당연히 달성해야 하는 것이고 팀원들의 정서관리와 본부장의 마음관리까지 이심전심(以心傳心)리더&팔로워십을 발휘해야 하는 것이다. 그럼 나는 어디서 위로 받아야 하는 질문에 부딪치게 되는 데 그 답은 너무나 간단하다. 셀프다.
시간이 갈수록 조직 내 유닛(unit)의 개념이 팀이 되고 팀의 퍼포먼스(Performance, 성과)가 평가의 대상이 되면서 본부장보다도 팀장의 역할에 대한 비중이 커져가고 있다. 본부장은 임원이고 계약직이고 본부라는 조직을 총괄하면서 공정한 룰을 가지고 사람과 일을 관리하는 역할이라면 팀장은 조직에서 가장 중요시 하는 숫자로 대변되는 성과를 만들고 실무와 관리를 병행해야 하는 비중 있는 자리에 놓여 있다. 다만 요즘 어느 조직이나 팀장의 권한이 막강한 곳은 없다. 결국 짐은 많이 지워지고 휘두를 칼은 아직 주어지지 않는 위치가 팀장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 생각이 많지만 짧게 생각하고 일단 달려들어야 할 수밖에 없는 것이 팀장의 일이다. 선배냐 후배냐 본부장이냐 팀원이냐를 선택할 것 없이 양쪽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여우의 탈을 쓴 호랑이 정도로 표현해야 할까? 팀원들에게는 오늘 큰 일이라도 낼 것 같은 호기로운 모습으로 비춰져서 그게 리더십이든 카리스마든 일이 될 수 있고 성과를 통해 서로를 믿을 수 있도록 해야 하고 본부장에게는 제갈공명이 울고 갈만큼 분석적이고 꾀가 많은 책사(策士)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다시 언급하는 중용(中庸)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이번 중용의 리더십은 셀프리더십 개념이 더 강하겠지만 샌드위치로 치면 햄의 입장에서 양쪽의 입맛을 충족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훈련이 필요하다. 같은 말이라도 컨셉이 담겨 있고 이중적으로 들릴 수 있는 언어의 스킬이 팀장에게는 필요하다.
낙하산을 온 사업에 무지한 본부장에게도 늘 말머리에 “본부장님도 잘 아시겠지만”이라는 말을 붙여야 하고 늘 동의를 표시해야 한다. ‘내가 더 많이 아니까’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그래서 여우 짓을 할 수 있다. 그 분의 진심이 아니더라도 내가 하는 일에 대한 지지와 안심을 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팀원들에게는 각박함(tight)을 주어야 한다. 그리고 업무에 있어서는 끝까지 추적해야 한다. 한 두 번을 그러고 나면 어지간한 돌아이가 아니고서야 팀장의 눈빛에도 태도가 변하게 된다. 사람 좋고 느슨하면 팀장은 하지 말아야 한다. 그건 나만 죽는 길이 아니라 여러 사람을 죽이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