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팀장

20. 일을 기획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1)

by 오얼 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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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능력 있는 팀원이었다.

실무자였을 때는 하고 싶은 일이 있었다. 맡은 일의 결과에 대한 그림도 있었고 마지막 퍼즐 한 조각을 맞춰 큰 그림이 완성되었을 때는 누가 칭찬해 주지 않아서 스스로는 뿌듯했다. 거기에 윗 사람의 인정까지 더해지면 내가 회사의 브랜드이고 나는 업계의 스타가 될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나를 둘러싼 누군가가 내가 리더가 될 사람이고 곧 발령이 날거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도 나는 스스로를 칭찬했다. 야근을 마치고 밤 늦게 오른 귀가 길에도 졸린 눈을 비비고 있을 아이들과 맞벌이에 지쳐 있을 아내에게 뭔가 해주고 싶은 말이 있었다. '역시 일을 잘해야 능력을 인정 받는구나', '나는 능력 있는 사람이야' 하면서 스스로를 인정했다. 그 때는 회사의 모든 일은 내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 같은 착각에 빠져 있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는 생각이 든다.


하고 싶은 사람은 없지만, 해야 할 일은 많다.

팀장이 되고 첫 대표이사 회의, 막 가슴이 확 펴지면서도 숨통이 막히는 듯한 압박감을 느꼈다. 연이은 회의 속에 내 이름과 역할이 계속 거론되었다. 시장에 간 당나귀 같은 느낌을 받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주인이 산 소금포대는 점점 더 많이 지워졌고 물가에 자루를 흔들어 소금 짐을 가볍게 만드는 꾀를 쓰는 당나귀처럼 어깨에 가득 진 짐을 털어버리고 싶었다. 연이은 팀 회의, 갑자기 난관에 부딪친 듯한 위기감을 느꼈다. 시선은 나에게 집중되어 있었고 나는 어디에 시선을 두어야 할 지 모르고 있었다. 일을 시작하자고 이야기해야 하는데 다이어리에 가득 찬 일의 수는 너무 많았다.

일을 하나씩 나눌 때마다 팀원들은 얼굴 표정을 통해 가슴 속의 한숨을 토해냈다. 그렇게 또 한 시간이 흐르고 서로에게 큰 의미 없어 보이는 '수고했다, 감사하다'는 말을 뱉으며 모두 자리를 떠났다. 잠시 머그컵에 있는 물 한 잔을 마시며, 창 밖을 바라본다. 해야 할 일은 산적해 있는데 누구도 손을 드는 사람은 없다. 마치 내가 다 하기를 바라는 사람들처럼 나라는 당나귀에게 소금자루를 얹히려고 한다. 본능적으로 피해야 한다는 시그널이 머리 속을 스친다. 다 받아주고 싶지만 내 코가 석 자라 나도 다 받을 수 없다. 현실을 인식해야 한다. 나는 실무자 때처럼 슈퍼스타가 될 수 없다.




나에게 질문한다.

일을 기획하면서 가장 어려운 일은 무엇인가? 그건 누가 할 것인가를 정하는 일이다. 공을 차지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많지만 고생을 같이 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다. 팀원들도 본능적으로 안다. 큰 성과가 나면 내가 제일 먼저 차지하려고 덤벼들 것이라는 것을 그래서 그들도 공명심으로 가득 찬 마라톤을 시작하기를 주저한다. 하지만 나는 누군가와 러닝 메이트가 되지 않으면 달려가다 혼자 쓰러질 게 뻔하기 때문에 유능한 팀원을 찾아 그와 함께 뛰어나가야 한다. 다른 사람들에게 리더십에 대해 이야기할 때 요즘 가장 많이 꺼내는 말은 Talent Management(탈렌트 매니지먼트)이다. 팀원이라는 사람에 대해 관심을 갖고 그 사람의 강점을 발굴하고 여기에 적절한 교육과 훈련을 얹히고 일을 통해 기회와 경험을 주면 내가 그 사람을 대하는 것이 진심이라면 그는 나의 아군이 될 것이다. 그리고 다음 일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그 사람을 찾고 거기에 역량을 더하는 것이 내가 해야 하는 중요한 일이다. 그래서 나는 나에게 질문한다. 지금 나에게 주어진 과제, 이 일을 함께 할 수 있는 능력 있는 메이트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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