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일을 기획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2)
사람이 하는 일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할 것들
작은 일이든 큰 일이든 일의 결과물에 대한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를 스스로 확보해야 한다. 내가 아이디어를 내고 일을 주도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팀원의 아이디어를 선정해서 일의 결과를 내야 하는 때도 있다. 요즘 친구들은 별로 생각이 없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팀장 자신이 공부하고 일을 시작하던 그 때로 돌아가보면 지금과 그 때 사람에게 있어서 변화한 것은 선택해야 하는 정보가 더 많아졌고 그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더 용이해 졌다는 것 뿐이다. 결국 선택은 일의 기획서를 작성하는 담당자 누군가의 몫이고 그가 찾고 있는 인터넷 상의 정보들은 다양하고 방대하기는 하지만 양질의 것이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그래서 팀원들의 일에 대한 기대수준을 스스로 조율하는 것이 필요하다. 결과물을 가져 왔을 때 그게 중간이든 최종이든 어떤 과제를 추가로 주어야 하는지 무엇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고 무엇을 더 수정보완해야 할지 팀장 자신이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어느 날 팀원에게 신사업에 대한 기획서 초안을 이야기했더니 80페이지가 넘는 보고서를 써서 토끼눈을 하고 다음 날 나를 찾아왔다. 자랑스러운 모습으로 어제의 야근에 대한 공로를 치하하기를 바라는 것처럼 기획안을 나에게 메일로 페이퍼로 내밀었다. 계속 기획안을 넘어보다가 심각성을 느꼈다. 그들의 열정은 좀 더 다듬어져야 한다는 생각과 함께 의식적인 칭찬거리를 찾았다. 전 세계 관련 웹사이트를 다 뒤져서 요약한 듯한 자료에는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 지, 어디로 가야 하는 지에 대한 정보는 눈 씻고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가 없었다.
밀레니얼 세대와의 세대차이라는 생각
팀장의 노고를 치하하지 못하는 인정과 칭찬에 인색한 팀장에게 당장 찾을 수 있는 변명거리는 밀레니얼 세대의 커뮤니케이션과 일하는 방식을 이해하지 못하는 무지한 X세대의 한 사람인 자신에 대한 자책이었다. 하지만 이건 엄격히 따지면 세대 간의 문제는 아니다. 그렇게 치부해 버리면 나는 지금까지 어떻게 일해 왔으며 나와 위 아래로 몇 년 차이 나지 않는 사람들은 제한된 정보 하에서 지금보다 더 나은 일을 만들어 낼 수 없었어야 하고 그게 모두 잘된 일을 아닐지 모르겠지만 그냥 객관적으로 놓고 봐도 이런 기획안의 수준은 아니었다.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 못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최소한 그의 기획안에 칭찬거리를 발굴해 주려고 하고 있는 꼰대 중 한 사람이니까.
도제 시스템의 고장
토의도 토론도 어렵고 상상력이나 창의력 마저 부족한 이 나라의 교육, 예전에도 문제였지만 지금도 똑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그래서 페이스북이나 애플 같은 회사가 나오지 못하고 그런 창업 환경을 만들라고 했더니 Garage(가라지, 차고) 창업공간을 임대해 주는 그런 나라가 우리나라다. 알고도 그런 식으로 하는지 정말 그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소위 똑똑하다는 사람들이 그런 식으로 일을 진행하니 나는 나보다 나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는데 실망스러울 다름이다. 여튼 줄줄이 대통령은 군인이었고 사회는 군대조직처럼 셋팅이 되어서 늘 사수와 부사수가 존재해 왔다. 이런 구전과 도제식 교육시스템은 장인정신이나 전수자라는 측면에서는 전통성과 전문성이라는 긍정적인 면을 갖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지금도 많은 사회적 병폐를 만들고 있다. 이런 구조 하에서는 평생가야 서로 평등한 조직문화를 이룰 수 없다. 한 사람이 총을 맞고 죽어야 다른 사람이 총을 쏘는 시스템인데 그 자체가 종속적인 것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그나마 지금은 수직도 수평도 아니다. 이성적으로 수평이고 감정적으로는 수직이라고 하면 맞을까? 거기에 일을 가르쳐 주고 선의와 열정을 가지고 전수하던 조직문화마저 상실되었다. 결국 지금은 이도 저도 아니다. 고장난 상태로 시계는 뒤로 갔다 앞으로 갔다 하고 있다. 그래서 결국 일을 기획할 때 함께 할 역량 있는 사람을 발굴하고 훈련시키고 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도 과거와는 마인드를 바꾸어야 한다. 무조건 맡기거나 무조건 압박하지 말고 서로 최적의 포인트를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 부족하면 메워줘야 하고 힘이 떨어지면 열정을 불어 넣어줘야 하는 것이 팀장이다. 현재의 고장난 도제 시스템을 서서히 고쳐나가는 방법은 그것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