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팀장

31. 과거 나의 팀장들(4)

by 오얼 OR

다 안다 박사 박팀장

팀장을 하면서 가장 경계하는 것 중 하나는 독단과 독선이다. 특히 독선, 독버섯처럼 사람의 뇌를 마비시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팀장이 ‘안 봐도 다 안다. 내가 해 봤다. 그거 해봐야 시간 낭비다. 느네가 뭘 그렇게 잘 안다고?’라는 부정적이다 못해 사람을 뭘로 만드는 피드백을 하기 시작하면 팀원들을 입을 다물게 된다. 그 때부터 팀원들의 머리 속에는 우리의 공동의 목표는 없다. 그나마 회사 주인도 아닌데 완장을 차고 있는 팀장의 실적을 메워주기에 바빠지는 것이다. 자존감을 당연히 떨어지고 그 정도가 심해지면 애증이었다가 최종적으로는 증오만 남는다. 팀장은 그냥 지 밖에 모르는 X새끼가 되고 나머지 팀원들은 좀비가 되는 것이다. 아무리 일을 해도 성과는 안 나고 아무 때나 팀장에 대한 증오와 적개심을 발설하고 보고서나 기획안은 요식행위가 되어버리는 ‘Worst workplace’가 바로 우리 팀이 되는 것이다.

이팀장은 그랬다. 팀 내 영업사원 6명과 운영직원 3명 매출을 60억 이상 하고 있는 조직 내 큰 팀을 맡고 있으면서도 아무런 칭찬도 존경도 없었다. 무슨 말만하면 다 끊어먹고 남을 인정할 줄 몰랐다. 결국 그 분은 지금도 그러고 살고 있다는 소식을 간간히 듣지만 팀웍이라는 게 생길 수 없는 환경을 조성하는 팀장이었다. 대화는 많았다. 1:1로도 입식타격을 일삼았고 팀원들의 실적을 뺏는 건 뭐 일상다반사였다. 정작 팀장이라는 자리에 올라가고 보니 낯부끄러워서 자기 잘난 체 하기 쉽지 않던데 그 분은 참 그런 얘기도 매일매일 잘 했다. 처음에는 팀 실적이 좋으니까 그리고 팀원들끼리 정말 협업과 의리가 있는 사이였기 때문에 우리 팀은 앞으로 쭉쭉 가고 있었는데 이팀장은 정말 왕따였는데 너무 용감하게도 그런 거 상관없는 분이었다. 지금도 기억나는 건 다른 조직으로 자리를 옮기는 그 날까지도 무슨 말만하면 ‘자기가 다 해 봤는데 그거 소용없다느니 내가 모를 것 같냐느니.’하는 말로 일관했다는 점이다. 사실 그 분을 보면서 많은 것을 깨달았는데 팀장이 실무를 명확히 알지도 못하면서 어설프게 아는 척 하는 건 위험한 일이고 결국 그 결과가 좋지 못하는 점, 팀원들은 솔직하고 신뢰할 수 있는 팀장을 원하지 지 잘났다고 원맨쇼하는 팀장을 원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누구보다도 자신을 사랑했고 그 누구보다도 자신이 앞에 있었다. 명언제조기처럼 현실감 없는 이론들을 열거하고 꼭 누가 한 말인가에 대한 각주를 달았다. 처음에는 배울 점이 있다고 생각했던 나 같은 사람마저도 자신의 잘난 체로 배제하는 사람이었다. 진짜 잘났기라도 했으면 좋았을 걸 그렇지도 못해서 팀원들을 늘 팀장 몰래 회식을 하곤 했다. 안타까움도 있었지만 ‘저러니 주변에 사람이 없지.’라는 생각을 했었다. 물론 그건 나의 기우였다. 그 사람은 그런 거에 구애 받지 않고 지금도 잘 살고 있다. 자기 멋에 사는 인생, 지금은 리더도 보직도 없지만 잘 사신다고 들었다.

그냥 또 한 명의 특이한 리더를 만났다고 생각하는 사이, 나도 팀을 옮겨 진짜 컨설팅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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