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팀장

30. 과거 나의 팀장들(3)

by 오얼 OR

레알 사기캐 오팀장

짧게 만났지만 기억에 오래 남는 사람이 있다. 나에게는 오팀장이 그런 사람이었는데 일하는 업종을 바꾼지 얼마 안돼서 작은 회사에 그것도 자그만치 낙하산으로 꽂힌 인물이었다. 그래도 규모가 좀 있는 회사에 다니던 나로서는 20명 남짓의 작은 회사에 오면서 좀 더 편안한 업무환경, 가족 같은 분위기를 생각했었다. 그건 한 달 다녀보고 바보 같은 생각이라는 걸 느꼈다. 규모가 작다고 해서 해야 하는 일이 적기는 커녕 더 많은 일들을 혼자 감당해야 했고 가르쳐 주는 사람도 제대로 아는 사람도 없었다. 거기에 정말 가~ 족같은 분위기 였다. 다들 일을 미루고 매출을 떨어지는 데 답은 없고 그런 생활을 한 6개월 하고 나서는 정말 회사를 그만 두고 싶었다. 그 사이 나를 데려온 장팀장님은 대표님과의 불화로 짐을 싸서 회사를 떠났고 사업팀에 있던 나는 매일 아침마다 대표의 근거도 없는 정신병적 짜증에 호통에 모닝커피가 없어도 정신이 깨어나는 시간이 반복되었다.

거기에 영업전문가라며 누군가의 소개로 꽂힌 오팀장, S대에서 박사를 하고 있었고 헤비스모커에 숨을 헐덕거리며 분주하기만 하고 하는 일은 잘 챙기지 못하는 사람이었는데 그 때만 해도 소개영업에 아웃바운드 세일즈(콜드 콜을 해서 찾아가서 제안서를 들이미는 방판영업 같은 형태의 세일즈와 마케팅)가 주를 이루는 치열한 경쟁상태였기 때문에 전화통을 붙들고 하루 종일 영업전선에서 제안서를 들고 서울시내를 누벼야 겨우 한 달에 1억 매출을 만들 수 있었다. 그 때 6개월 동안 4억정도의 매출을 했는데 그 때는 그게 힘든 줄 몰랐는데 나중에 이직을 할 때 면접을 보니 어떤 이사님 중 한 분은 나에게 거짓말을 하지 말라고 했다. 하긴 그 때 독서통신 교육의 인당 매출이 평균 10만원이었는데 4억이면 그 인원을 끌어모으기 위해 내가 얼마나 땀흘려 영업을 다녔는지 알만한데 지금 그렇게 하라면 나도 못할 것 같다. 여튼 그 양반은 매일매일 거짓말을 제조하고 다녔다. 사무실에 아침에 1시간 왔다 가는데 대표방에 들어가면 온갖 감언이설을 해댔다. '간신'이라는 영화의 한 장면이 생각날 만큼 타고난 뻥쟁이였다. 그렇게 계속 거짓말을 제조하던 어느 날 대표와 오팀장 간의 한 판 승부가 펼쳐졌다.

영업이든 마케팅이든 잘 모르는 대표가 뭔가 눈치를 챈 것 같았다. 그 날도 어김없이 아침에 호통이 이어지고 오팀장이 들어갔는데 대표가 "어제 뭐했냐?"라고 물어보니 오팀장이 모회사 담당자 미팅을 했고 그 사람이 자기 친한 친구라 그 회사 온라인 교육을 우리 회사에 맡기겠다고 한다고 했다. 사람이 참 일이 꼬일라면 꼬이는 게 그 친한 친구라는 담당자는 오팀장과 만난 적이 없고 더더군다나 대표가 아는 사람이었다. 결국 전화 한 통으로 모든 거짓말을 들통이 났고 실무자인 우리 팀의 팀원들은 벌써 알고 있었지만 대표는 분노에 치를 떨며 소리를 질러대기 시작했다. 자리로 돌아온 오팀장은 혼자 머리를 긁적이며 중얼거리더니 옆 자리에 앉아 있던 나에게 그동안 고마웠다며 '자기와 대표는 안 맞는다. 큰 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라는 말을 남기고 박스 하나를 딸랑 들고 회사를 떠났다. '세상에 이렇게 거짓말로 삶을 영위하는 사람도 있구나. 어떻게 사장이라는 사람이 저런 삼척동자도 의심할 만한 거짓말에 속지?'라고 생각했던 그 때, 그런 사기캐는 이제 끝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몇 년 후 또 한 번의 더 큰 사기캐를 만나게 된다.

리더십? 오팀장에게 나는 그런 걸 느낄 겨를도 없었고 연속되는 거짓말과 임기응변에 함께한 몇 달의 시간도 불안함의 연속이었다. 오팀장이 나가고 몇 명의 팀원들도 짐을 싸서 나간 뒤 나는 의미도 없는 교육운영팀장 자리와 마케터 자리를 병행하게 되었다. 6개월 간 겸임인 팀장을 하면서 어린 나이였지만 사람의 중요성과 작던 크던 조직은 체계와 원칙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느낄 때쯤 회사는 폐업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다시 살 길을 찾아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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