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팀장

32. 과거 나의 팀장들(5)

by 오얼 OR

인간미가 넘치는 강팀장

업무를 병행하던 힘겨운 시절이 끝나고 하고 싶었던 일을 할 수 있는 자리에 가게 되고 실력을 인정받으며 3년여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돈을 크게 못 벌었지만 사람이 전력투구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게 내 미래에 보탬이 된다는 건 사람에게 있어서 가슴 뛰는 일이라는 건 내 직장생활에 명확했다. 그 사이 석사학위도 받고 많은 고객사와 다양한 프로젝트로 경험을 쌓아가면서 차츰 이 바닥에 내 자리를 만들어 가고 있었다.

강팀장은 그 때 만난 인연 중 인간적인 사람이었다. 인간적이라는 점이 장점이었고 일의 전문성이 없다는 게 좀 어려운 점이었지만 그래도 다른 팀장들과는 달리 자기가 잘 모르는 부분은 일임을 하고 크게 참견하지 않았다. 예산이나 스케줄이 어그러지지 않는 한 어떻게 보면 방관자였고 어떻게 보면 자율성을 주는 팀장이었다. 컨설팅을 하는 팀이어서 시니어들이 많았고 팀장과 나이차이도 없는 팀원들도 있었다. 오히려 나이가 더 많은 팀원도 있었으니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분도 쉽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은 든다. 그 분은 남과 특이하게 잔머리의 대가였다. 생각해 보면 어떻게 그렇게 자기가 일을 안 하기 위한 기발한 생각을 많이 만들어 낼 수 있는지 옆에서 보기에 경악을 금치 못할 정도였다. 인간적으로는 그냥 형 같은 사람이었다. 힘들면 데리고 나가서 맥주 한 잔 같이 먹어주고 자기가 실수하거나 내가 실수를 하거나 큰 일 아니면 그냥 웃고 넘어가는 한량한 사람이었다. 다만 자기 실적 챙기기에는 열을 올렸다. 어떻게 보면 이기적이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그래서 편하기도 하고 뭐 그런 사람이었다. 실적만 맞춰주면 아무 이견이 없는 사람이었으니 사람을 적어도 늘 바쁘게 일하던 당시 우리 팀은 강팀장과 지내기에 무리가 없었다.

어떻게 보면 지금 팀원들을 일일이 터치하지 않는 나의 팀 관리방식은 그 분을 보고 모방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있다. 팀장보다 늘 앞서 잔머리를 써야 일을 떠맡지 않을 수 있었기 때문에 아침부터 치열하게 짱구를 돌려야 했지만 그래도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 믿을 만한 사람도 아니었다는 게 맹점이기는 하지만 그냥 저냥 함께 지낼만한 사람이었다.

그 분이 나에게 준 것은 일이기도 했지만 도전할 기회이기도 했고 그 시절에 나는 일에 파묻혀서 주말도 주일도 없이 살았기 때문에 사실 그 분이 나한테 어떻게 하지 않았더라도 나를 위해서 열심히 일했던 것 같다. 덕분에 경력개발은 많이 되었고 더 좋은 자리에 갈 수 있는 기반은 마련하게 되었다. 그 조직에서 나는 영업팀장 한 번, 컨설팅 팀장 한 번 도합 두 번의 팀장 제안을 받게 되는데 일언지하에 거절했던 기억이 있다. 앉아서 매출과 실적을 맞추고 있는 것보다는 필드에서 사람과 조직을 만나고 연구하고 클라이언트가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도록 만든다고 믿었던 컨설팅을 하는 사람으로 활동하는 게 좋았지 사람관리에 조직, 성과관리에 부대끼면서 살고 싶은 생각이 그 때는 없었다. 물론 컨설턴트를 그만두고 1년도 채 되지 않아 나는 팀장으로 스카우트를 받아 10년만에 다시 대기업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는데 지나고 보면 ‘어차피 팀장자리에 앉게 될 일 그 조직에서 한 번 해 볼 걸 그랬나?’라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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