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있는 꼴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턱 밑까지 숨이 차올라 구역질이 나도록 뛰고 나서
뚝뚝 떨어지는 땀을 훔치고 싶었다.
마지막에 웃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던
20대를 지나
팔자에 근심만 가득하다던
30대를 달려
숫자적인 나이를 겪으며
삶의 시간을 매년 갱신하다 보니
오늘은 몸을 추스리지 못할 만큼 다리가 흔들리고 있다.
시선이 머무는 곳도 없이
뱅글뱅글 돌아가고 있는 흑백의 공간을
달려가고 있다.
얻은 것과 잃은 것
그 셈을 다시 할 시간도 없이
다시 달려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