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성장과 육성, 어디까지 해야 할까?
지금도 자유롭지 않지만 팀장 생활을 하는 5년이라는 시간동안 떠나는 구성원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는 회사가 자신의 발전과 성장의 터전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그 성장이란 건 뭘까? 회사는 왜 구성원을 육성해야 하는 걸까? 지금도 여전히 팀장이 갖추어야 하는 역량에 대해서 의문이 많다.
팀장도 사람이고 전지전능하지 않은데 성과도 좋아야 하고 자기관리도 잘 해야 하며 윗사람들과의 관계, 팀원들을 잘 보살펴야 하는 현실이 답답하기도 하면서도 누군가의 말에 따르면 '그러면 자리에서 내려오면 되지?'라는 말도 틀린 말이 아닌 것도 안다. 다만 자리에 올라가고 내려오는 건 다시 말해 보직자가 되고 안 되고는 내가 결정하는 게 아니라 조직이 결정하는 것인 현실적인 문제점이 있다.
이번 주 퇴사 면담에서도 몇 년 동안 일한 팀원이 나에게 말한다. 회사가 자신을 성장시켜 주지 못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고 그래서 다니는 건 무의미하다고 팀장님이 고생한 건 아니 팀장님 탓은 아니라고 한다. '그렇다. 고맙다. 알아줘서.' 이 감정 이외엔 아무 생각이 들지 않는다.
한 2년 전부터 인 것 같은데 70:20:10이라는 법칙? 뭐 그런 것이 ATD라는 인력개발 컨퍼런스의 이슈로 자리잡아 왔다.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인력개발이라는 일을 해 온 내 입장에서는 없는 건 아닌데 이슈가 없으니 사람들이 좋아하는 정량적인 지표와 정성적인 이야기들로 있었던 개념을 포장했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나름 파급력이 있었다. 교육시간을 줄이고 짧은 온라인 콘텐츠를 만들어서 일에 도움이 되는 교육훈련을 해야 한다고 지난 수 년 간 목 놓아 외쳤지만 들어주지도 않더니 갑자기 한 입 크기의 콘텐츠라니 마이크로 러닝이라느니 On the job training이라느니 그런 거 해야 하지 않겠냐고 말하는 윗 분들이 많이 생겨났다.
과정이야 어쨌듯 결과가 아름다우면 되는 거니까 그냥 넘어가자. 그런데 그 70:20:10에서 진짜 지금까지 우리가 해 오던 기업교육이라는 개념은 10% 뿐이다. 나머지는 어쨌든 일하며 배우는 것이다. 그런데 그 육성이라는 걸 윗 분들은 그리고 현실적인 팀장들은 일을 통해서 하고 있다고 하지만 팀원들은 그 육성이 우리 조직에는 없어서 떠난다고 한다. 누구 말이 맞는 걸까?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결론은 서로의 온도 차인데 그 온도는 수렴할 수 없을 것 같다. 나도 한 동안 해서 돈을 벌면서도 '이게 옳은 일인가?'라는 의문을 가진 소위 취업과외. 그렇게 초등학교 때부터 취업을 할 때까지 결과가 어쨌듯 계속 과외에 의존해서 살았던 세대들은 결국 멘토라는 좋은 이름으로 회사에 다니면서도 계속 과외선생님을 찾는다. 과외선생님의 말이 맞고 틀리고를 떠나서 그들은 그 과외에 집중한다. 그렇게 살았으니 그게 맞는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게 본인 입장에서는 제일 쉽다. 그리고 그들보다 업무 경력이 많으면서 퇴직 후 나중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금전적인 욕구도 채우면서 또 다른 경력을 쌓기 위해 그들의 멘토를 자청한다. 그렇게 서로의 이해관계는 성립되고 오늘 함께 일하며 지적질도 잔소리로 점철된 회사 다니기 싫은 일상을 만들어 주는 팀장의 이야기보다는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는 멘토의 이야기는 훨씬 더 매력적이다. 나도 회사를 박차고 나가면 당장이라도 뭔가 할 수 있는 진취적인 인물이고 내가 조직이라는 틀에 갇혀서 계속 실리 없이 명분을 중요시 하는 한 사람의 유생으로 살고 있어서 그렇지 조직 밖으로 행군하는 그 날 실리로 가득찬 내 일상은 나에게 꿈을 갖고 있하면서도 돈도 벌 수 있는 아름다운 미래를 제시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연옥을 나가면 천국일 수도 있지만 지옥일 수도 있다.
예나 지금이나 가장 중요한 사실은 우리 나라의 조직은 개인 개인을 맞추어 육성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고객의 니즈에 따라서 상품은 변화하지만 구성원의 니즈에 따라서 조직은 변화하지 않는다. 과외는 과거에도 있었다. 형태가 달랐을 뿐이지. 단과학원에 200명이 콩나물 시루처럼 과외를 받던 것이 이제는 개인별 맞춤 과외로 더 나아가 개인 코칭까지 변화가 일어나는 것처럼 개인을 중심으로 한 변화는 일어났지만 지금도 단과학원은 존재하고 있고 우리가 다니는 회사의 교육은 단과학원에 가깝다.
왜 회사는 개인을 육성해야 할까? 성과를 위해서 우수 인력의 유지를 위해서 등등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회사는 나름대로의 투자를 하고 있는데 그 결과는 과거에 비해 별로 좋지 않다. 하지만 회사의 경영진은 환경의 변화에 대해서 알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다. 지적질을 하는 자신을 제외한 리더들의 역량 문제 즉, 사람관리능력의 부족으로 이야기 하고 싶다. 정말 자질이 안되는 팀장도 있을 수 있다. 근데 그런 팀장도 만든 사람은 회사이지 손들어서 된 것은 아니다. 팀장이 전지전능하면 모든 문제는 해결될텐데 팀장도 사람인지라 그건 쉽지 않다.
매일 취해있던 어느 임원이 나에게 한 말이 있다. 내가 인간적이지 않단다. 일만 보고 성과만 봐서 팀원들이 힘들어 한단다. 그렇다. 나는 그랬다. 지금도 그렇고 있다. 그래도 내가 지금까지 데리고 있었던 30명의 팀원 중 나에게 퇴사 면담을 요청한 사람은 3명 뿐이었다. 처음 팀장의 옷을 입었을 때 나는 모든 것을 갖추어야 한다는 부담감에 힘들었고 결국 내가 가지고 있는 강점을 더 잘 부각시키면서 리더 생활을 하기로 결론을 냈다. 그래서 좀 덜 인간적이기로 마음을 먹고 행동을 유지하며 살고 있다.
육성도 팀원 개인이 요청하지 않는 한 회사가 원하는 것 이상으로 더 하려고 노력하지도 않았다. 최고가 되기 보다는 최적의 답을 찾기 위해 노력했는지도 모른다. 조직에 있는 팀장들이 다 나같지는 않겠지만 다른 회사의 팀장을 하고 있는 친구가 어느 날 와서 나에게 토로하는 고민들을 들어보면 크게 다른 것 같지는 않다. 그래서 나는 내 이야기를 들려줄 때가 많다. 나도 회사와 팀원의 간극을 줄이는 유능한 팀장이 되고 싶은데 앞으로도 그렇겠지만 쉽지 않을거라는 결론을 가지고 있다.
성장과 육성에 대한 고민, 회사와 개인 어디가 끝일까?
나는 앞으로도 인간미 부족한 성과 달성자가 되어야 겠지?